낡은 원양어선 불 질러 67억 보험금 타낸 50대 1심 징역5년
노후어선 적자에 남아공서 범행…법원 "범행 수법 치밀·대담"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원양업체 대표와 짜고 노후한 대형 원양어선에 일부러 불을 질러 화재보험금 67억원을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및 현주선박방화 혐의로 기소된 이모(5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국내 한 원양업체 대표인 A씨는 2013년 6월 연식이 40년 가까이 된 4천t급 원양어선 1척을 한화 약 15억원에 사들였다.
그는 이 선박의 국적을 바누아투공화국으로 등록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해역에서 조업에 나섰지만, 실적이 부진했다. 또 케이프타운 항구에 장기간 배를 매어두면서 선원 인건비 등으로 수억원의 적자가 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A씨는 고향 후배인 이씨 등과 함께 선박에 고의로 화재를 내고 사고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내기로 했다.
A씨는 보험금을 타내 냉동창고 등을 만든 뒤 공동 운영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씨 등에게 보험금의 10%를 사업자금 명목으로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이씨는 2016년 11월 2일 오전 5시께(현지시간)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 중이던 이 배에 승선해 어분실 등에 인화 물질을 묻힌 양초 묶음을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이 불로 140만달러 상당의 배는 모두 타버렸다.
이후 이씨 등은 전기 누전으로 배에 화재가 발생한 것처럼 한국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총 67억원을 지급받았다.
재판부는 "보험금 편취를 위해 선원들이 머무르고 있는 선박에 불을 질러 선박을 소훼하기까지 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대담하며, 화재로 인한 공공의 위험까지 발생시켰다"며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취금액도 67억원 상당의 많은 금액이며, 피고인은 금전적 대가를 약속받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해 선박에 불을 질러 범행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을 반성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범행을 최초부터 계획하거나 전체를 통제한 것은 아닌 점, 약속된 경제적 대가 중 일부만 지급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를 피해 도주 중인 이씨에게 숙박 장소 등을 제공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고향 후배 차모(51)씨에게는 "수사를 방해하고 국가의 적정한 형사사법 작용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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