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작전' 위협에도 국경 조용…선거·美압박용 분석도
에르도안 대통령 "군사작전 지체할 시간 없다" 또 위협
親터키 반군 "작전 합류 병력 1만5천명 준비돼"
터키 언론 "군사 기동 징후 없어"…"선거국면 군사긴장, 與에 유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는 터키 대통령의 연이은 위협에도 국경에는 아직 별다른 동향이 감지되지 않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행사에서 "시리아 유프라테스 동쪽에 평화를 이루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밝히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즉시' 전개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가 확보한 정보를 보면 하루도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12일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프라테스강 동쪽을 테러조직으로부터 해방하는 작전을 며칠 내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테러조직이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가리킨다.
터키군은 전날 유프라테스강 서쪽 아프린 인근의 YPG 병력과 이라크 북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공습했다.
시리아 북부의 친(親)터키 반군 조직은 군사작전에 합류할 병력이 이미 준비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 차례 터키군의 시리아 작전에도 반군이 동원됐다.
친터키 반군 연합 부대의 대변인 유세프 하무드는 터키군의 작전에 합류할 수 있는 병력이 약 1만5천명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하무드 대변인은 "전투는 만비즈, 탈아비아드, 라스 알아인 등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영 매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군사작전 위협 이튿날 국경에서 탱크를 실은 터키군 호송대가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터키 매체와 외신은 이날 현재 시리아 북동부에 인접한 국경이 '대체로 조용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취재진도 지난 주말 국경 지역 샨르우르파주(州)를 찾았으나 변화 기미를 포착할 수 없었다.
샨르우르파의 건너편이 바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사작전 지역으로 지목한 '유프라테스 동쪽'이다.
터키 내부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위협은 대내외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며, 단기적으로 군사작전이 실행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야권 성향 일간지 '줌후리예트'는 13일 '정치적 작전'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당장 터키군이 시리아로 진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퇴역 장군의 분석을 소개했다.
신문은 ▲ 미군 주둔 ▲ 병력 기동 징후 부재 ▲ 겨울철 기상 등을 이유로 '며칠 내' 군사작전이 시작되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퇴역 장군 알리 에르는 이 신문에 "대통령 스스로 '어느날 밤 갑자기 들이닥칠 것'이라고 말한 작전을 며칠 전에 알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예고한 군사작전은 실행되지 않는다는 게 군인들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아프린 군사작전이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율에 큰 도움이 됐듯이, 군사적 긴장이 내년 3월 말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다고도 관측했다.
아울러 미국을 향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조기에 끝내고 쿠르드 민병대와 협력을 단절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압박을 높이는 의도로도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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