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총장 '전임지에서의 비위 의혹' 직무 정지 요청 갈등
이사회 유보 결정에 일단 한숨…"올바른 길로 함께 갔으면"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과학기술인 양성의 산실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현 총장을 향한 정부의 공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임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의 비위 의혹을 두고 섣부르게 직무 정지 요청을 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학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4일 KAIST 이사회가 신성철 총장 직무 정지 안 결정을 유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AIST 구성원들은 대부분 수긍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KAIST 교수협의회장인 이승섭 교수는 "우리 교수협의회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 확인"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올바르다는 것이 이사회의 입장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리학과 김모(21) 씨는 "우리 학교에서 벌어진 일도 아닌데 총장 손발을 묶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며 "정부가 KAIST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도 아쉬운 상황에 다른 기관에서의 일로 큰 상처를 주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KAIST 출신 벤처 사업가 최현성 씨는 "KAIST 총장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직무 정지) 요청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실제 총장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KAIST로선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유보는) 잘 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KAIST 이사회 역시 교내 혼란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이사회 측은 입장문에서 "최고 지성의 전당인 KAIST에서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건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KAIST의 명예와 구성원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내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KAIST가 한동안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당장 신 총장이 KAIST에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2031 비전' 캠페인부터 꼬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린다.
'2031 비전'에는 질적 성장을 통해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성철 총장은 이 목표를 위해 올해 초 대대적인 선포식까지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이승섭 교수협의회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KAIST가 슬기롭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로 상처 주는 일 없이 올바른 길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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