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휘청했던 미국의회, 의원 인책 강화법 처리
피해자 보호 강화와 절차 투명화도…양당, 양원 만장일치
정부가 내던 합의·배상금, 의원이 부담토록 개정…연례보고서, 정기 설문조사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투(Me Too)' 운동의 거센 물결에 10명 가까운 의원들이 사퇴·불출마하는 사태를 맞았던 미국 의회가 가해 의원들의 인책 강화와 피해 직원의 권리 보호, 투명한 처리에 중점을 둔 법안을 상·하 양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성적 학대를 포함해 학대와 인사 보복 등의 피해를 입은 의회 직원에 대한 배상금이나 화해금을 그동안 미국 정부가 부담하던 것을 의원 본인이 지급하게 됐다.지금까지처럼 재무부가 지급하되, 세비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법은 매년 화해·배상 사례 보고서 발표를 의무화하되 피해자는 익명 처리토록 했다. 가해 의원이나 고위직은 상·하원 각각의 윤리위에 회부토록 했다.
또 성적 학대를 포함해 보복, 차별 등의 직장 내 문제들에 관한 설문조사를 정례적으로 실시토록 했다.
현재는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상담, 조정, 냉각기를 반드시 먼저 거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피해자의 선택 사항이다.
피해 고발자는 또 이들 절차가 진행 중일 때 여건에 따라서 유급휴가를 가거나 가해자와 분리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됐다.
의회 정직원 뿐 아니라 인턴을 포함해 무급 직원들도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피해 사례 공개고발을 뜻하는 '미투' 운동이 불붙자 올해 초 상·하원은 각각 별개의 입법을 했다. 이어 지난 7개월간 두 법간 상이점들에 대한 절충 협상을 벌여 13일(현지시간) 최종 합의된 단일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내년 1월 새 의회 시작 전 발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30일 내에 과거 화해·배상 사례도 공개토록 했다.
새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낸시 펠로시(민주) 의원은 "새 의회가 열리면 더욱 진전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의회 내 학대에 대해 의원 개인이 책임지게 함으로써 의회 내 공범 문화와 침묵 문화를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상원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이 법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의원들의 비행에 대해 납세자가 아닌 의원 자신들이 책임지도록 한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다른 주요 의원들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의회에 새로운 윤리 기준을 만들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며 "이것이 우리나라 전체에 긍정적인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1995년 장애인법, 고용·인사 등에서 나이,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생지 등에 따른 각종 차별 금지법, 공무원 노조 결성과 단체협상법, 휴가와 직장 폐쇄와 집단해고, 안전과 보건관련 법들을 망라한 의회책무법(CAA)을 제정했다.
그러나 미투운동 와중에 이 법이 성적 학대나 보복, 차별 문제의 처리 과정에서 지나치게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자 20여년 만에 CAA를 이같이 대폭 개정하게 됐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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