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사태' 일 위스키 시장에 `이변'…아열대 대만·인도산 상륙
날씨 더워 1년이면 본고장 스코틀랜드 3년분 '숙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위스키 시장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탄산수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 대형 주류회사들이 양주 원액 재고 부족으로 일부 인기 양주 상품 판매를 중단, 품귀사태가 빚어지자 '상식'을 뒤엎고 아열대 국가인 대만과 인도산 위스키가 수입되고 있다.
위스키는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숙성이 필요한 증류주다. 산지는 일본에서도 홋카이도(北海道) 등 차고 서늘한 지역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고 '아열대' 지역인 대만산 위스키가 일본에 상륙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대만산 위스키를 취급하는 이토추(伊藤忠)상사의 자회사인 이토추식품에 따르면 "기후 여건상 (대만산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보다 3-4배 빠르게 숙성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위스키가 공급부족 사태를 빚자 '빠른 숙성' 제품이 틈새를 타고 진입한 셈이다.
생산 업체는 대만 음료 메이커로 위스키 제조경력이 십수년에 불과한 '진처(金車)' 증류소다. 대만에서 민간기업에 주류제조가 허용된 2000년대에 양주 시장에 진출했지만 세계적 주류품평대회인 'WWA'에서 2년 연속 '세계 최우수 싱글몰트'상을 받았다.
오사카(大阪)시에 있는 긴테쓰(近鐵)백화점 양주 매장 담당자인 아라시카 미쓰노리(荒鹿充範.28)는 "장기 숙성 위스키와는 정반대"라면서 "전에는 몰랐던 상표지만 마셔보니 향기가 좋다"고 말했다.
대만산 싱글몰트 위스키 '카바란'은 700㎖ 들이가 4천500 엔(약 4만5천 원. 세금 제외)에 팔리고 있다.
이토추식품이 작년부터 본격 수입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가격이 적당한 등급의 제품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식품 도매업체인 고쿠부(?分)그룹 본사는 작년 말부터 인도산 싱글몰트 '폴 존'(700㎖. 6천 엔)을 수입하고 있다.
"인도쪽에서 제안이 와 더운 나라에서 처음 수입했다. 10년전이었으면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국산이 부족해 외국산의 수요도 늘고 있어 '인도산'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숙성기간이 짧기는 대만과 마찬가지다. 인도에서의 1년은 스코트랜드에서의 3, 4년에 해당한다. 이 제품도 전문 위스키 가이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실력파'라고 한다.
일본 주류업계에서는 기린맥주가 주력 위스키 브랜드인 '후지산로쿠(富士山麓)'의 '다루주쿠겐슈(樽熟原酒) 50도'(700㎖, 약 1천600엔[1만6천원])를 내년 3월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일본 위스키 업계 1위인 산토리도 지난 6월 이후 인기 싱글몰트 위스키인 '하쿠슈(白州) 12년'과 브랜드 위스키 '히비키(響) 17년'의 판매를 중단했다.
모두 위스키 원액 재고가 부족해서다. 위스키 원액은 제조에 10년가량 걸린다. 즉 10년 후의 수요를 미리 전망해 원액을 제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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