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울아산병원 '간암 면역치료' 새 전략 내놔
"탈진 면역세포 이질성에 따라 간암 환자 구분"…맞춤 의학 가능성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간암 환자의 새로운 면역 치료법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황 신·송기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간암 환자의 탈진된 종양 침투 면역세포 구성 차이로 간암 환자군을 구분했다고 12일 밝혔다.
동물 모델이 아닌 임상을 통해 새 면역 항암 치료법을 내놓은 것으로, 연구실 성과를 실제 사용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결하는 중개 연구의 모범 사례다.
암이 발생하면 인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한다.
종양은 이에 맞서서 T세포 기능을 억제하기 위한 환경을 구성한다.
이때 T세포들은 PD-1 단백질 같은 면역 관문 수용체를 세포 표면에 발현하면서 기운이 빠져 버린다.
학계에선 이를 '탈진 상태'라고 표현한다.
면역 관문 수용체는 암세포가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의료진은 면역 항암제(면역 관문 억제제)를 쓴다.
면역 관문 수용체 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면역 항암제는 약 20∼30%의 환자에게만 효능을 보인다.
KAIST와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성과는 나머지 70% 넘는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간암 환자의 탈진한 T세포 중에서 PD-1 단백질을 많이 발현하는 T세포가 그렇지 않은 T세포보다 면역세포 기능이 더 저하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PD-1 이외의 다양한 면역 관문 수용체를 동시에 발현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절반 정도의 간암환자는 PD-1을 많이 발현하는 탈진 T세포를 갖고 있었다.
이런 환자의 경우 복합 면역 관문 억제제에 의해 T세포 기능이 효과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밝혀냈다.
복합 면역 관문 억제제의 대상이 되는 환자군을 분류했다는 뜻이다.
박수형 교수는 "이번에 새로 제시된 환자군은 현재 적용 중인 면역 관문 억제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복합 면역 관문 억제제가 특정 환자에게만 효능이 있다는 사실은 맞춤 의학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형돈 박사과정생이 1 저자로 참여한 연구 논문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4일 자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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