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총리 "EU, 프랑스 예산안도 걱정해야"
EU와 예산안 갈등 伊정치권, 총공세 나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재정적자를 대폭 확대한 내년 예산을 편성해 유럽연합(EU)과 대립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치권이 총공세에 나섰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이자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11일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감축을 압박하고 있는 EU 집행위원회를 향해 "우리의 예산안뿐 아니라 프랑스의 예산안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 일련의 조치를 내놓은 직후 나온 것이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우리 계산에 따르면 프랑스가 약속한 조치들을 실행에 옮길 경우 EU가 설정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상한선 규정을 지킬 수 없다"며 "규정이 모든 이에게 유효하다면 EU는 프랑스에 대해서도 역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성운동의 핵심 공약인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제공, 연금 수령 연령 하향 등의 계획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전임 정부가 약속한 것보다 3배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재정적자를 설정한 내년 예산안을 제출해 EU의 제재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EU는 회원국이 예산편성 때 재정적자를 GDP의 3%를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이미 EU 권고치를 2배 이상 상회하는 GDP의 131%에 이르는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2.4%의 재정적자도 과도하다는 우려를 사 왔다.
EU는 이탈리아가 채무를 늘리는 정책을 펼 경우 그리스식 채무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이탈리아에 당초 계획한 재정적자 폭을 줄이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하원 연설에서 "우리는 삶의 희망이 곤두박질치고, 자녀들의 삶이 실존적 불안에 처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이런 노력이 반영된 정부의 예산안을 훼손하는 것은 근시안적 전략이 될 것"이라며 EU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탈리아 정부의 또 다른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역시 전날 외신기자 클럽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를 예방하고, 사회의 소외층을 돕기 위해서는 긴축이 아닌 확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EU의 긴축 예산 요구에 재차 반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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