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계획' 보우소나루에 항의 서한
"브라질-아랍권 관계 해칠 것" 경고…아랍권 대사들도 회동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이스라엘 행보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전날 보우소나루 당선인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가면 브라질과 아랍권의 관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AL 사무총장 명의로 작성된 이 서한에는 대사관 이전 결정이 국제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아랍권 대사들이 모여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대사관 이전 계획에 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아랍권의 한 외교관은 "아랍권은 브라질을 존중하며 단순히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확대·다양화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대사관 이전은 이런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교관은 대사관을 이전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개 국가 인정을 통한 갈등 해결이라는 브라질 정부의 전통적인 입장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인 지난달 초 대사관 이전 의사를 밝혀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고위 간부는 대사관 이전이 중동지역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대변인을 통해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세계, 무슬림을 향한 적대적인 조치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그 나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만일 브라질이 지금 이스라엘에 대사관을 설치한다면 예루살렘이 될 것"이라고 말해 대사관 이전을 강행할 뜻을 시사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아들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만나고 나서 브라질 새 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성지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을 내쫓고 점령한 곳으로 국제법상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
브라질 재계는 대사관 이전으로 아랍권과의 통상·투자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1∼9월 브라질은 아랍권에 30억 달러 무역흑자, 이스라엘에는 5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도로·철도·전력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아랍권의 투자가 전면 보류될 수 있다.
앞서 아랍-브라질 상공회의소의 후벤스 하눈 소장은 전 세계 국부펀드의 40% 이상이 아랍권에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아랍권은 브라질의 도로·철도·전력 등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으나 대사관 이전으로 투자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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