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집권당, 주의회 선거 '완패'…모디, 내년 총선 '경고등'
5곳 개표 결과 '힌두 텃밭'서도 밀려…'저소득' 성난 농심, 야당 몰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5곳의 주(州)의회 선거에서 사실상 완패, 내년 총선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BJP는 11일 진행된 5개 주의회 선거 개표 집계에서 단 한 곳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주의회 선거는 지난 7일 인도 전체 29개 주 중에서 마디아프라데시, 라자스탄, 텔랑가나, 미조람, 차티스가르 등 5곳에서 열렸다. 개표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됐다.
5개 주 가운데 마디아프라데시(230석), 차티스가르(90석), 라자스탄(199석)은 BJP의 대표적 '텃밭'이다.
이곳은 '인도 중·북부 힌두 벨트'의 핵심으로 BJP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BJP는 힌두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정당이라 이 지역 득표에 크게 의존해왔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 이 3곳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들 3곳의 연방의회 총 65석 중 62석을 싹쓸이, 총선 승리의 주춧돌을 쌓았다.
하지만 이번 주의회 선거에서는 3곳 모두에서 패배가 확실시된다.
현지 언론 NDTV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BJP는 마디아프라데시에서만 106석을 얻어 115석의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와 그나마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을 뿐 라자스탄과 차티스가르에서는 각각 73석, 1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INC(또는 INC연정)의 101석, 64석에 크게 뒤졌다.
텔랑가나(119석)에서는 지역 정당인 TRS가 87석을 확보, INC연정의 도전을 물리치고 승리를 확정했고, INC가 집권 중인 미조람(40석)에서도 지역 정당인 MNF가 의석 과반인 26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BJP는 이듬해 델리 주의회와 동부 비하르 주 선거에서 패했지만 이후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서부 구자라트 등 주요 주의회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 내년 총선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재집권 동력의 일부를 상실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 후 치른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BJP가 이처럼 고전한 것은 전체 인구 13억5천만 명 가운데 70%가량이 몰려 있는 농촌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모디 총리는 집권 후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등을 앞세워 강력한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2016년 말에는 부패 척결과 조세 기반 확대 등을 모색하며 화폐개혁을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주별로 달랐던 부가가치세를 상품서비스세(GST)로 통합했다.
경제성장률도 올해 2분기 8.2%까지 오르는 등 연평균 7%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저소득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농민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의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 것이다.
특히 농민들은 최근 모디 정부에 친(親)농업 정책 도입을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에는 수도 뉴델리에 수만 명이 모이기도 했다.
마디아프라데시의 농부 비쉬누 브라사드 자로디아는 "BJP는 농부를 무시했다"며 "이번에는 우리 모두 INC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반면 라훌 간디 총재가 이끄는 INC에는 이번 선거가 5년 만의 재집권을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INC는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지금까지 15번의 총선에서 10번 승리하며 인도 정치를 주도했다.
그러나 2014년 총선에서 BJP에 완패한 뒤 최근까지도 모디 총리의 카리스마에 눌려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간디 총재는 네루 초대 총리의 증손자이며, 간디 총재의 할머니 인디라 간디, 아버지 라지브 간디 모두 INC 총재와 총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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