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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사건 그 후] ② 김해공항 BMW 살인질주…피해자 눈꺼풀로 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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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사건 그 후] ② 김해공항 BMW 살인질주…피해자 눈꺼풀로 의사소통
혼수상태서 깨어났지만 전신 마비…다섯달째 힘겨운 치료
가해자 강제노역 없는 금고 2년형…"솜방망이 처벌" 공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택시기사 김모(48) 씨는 '그 날' 사고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보름간 혼수상태로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깨어났지만, 전신 마비가 찾아왔다. 현재 겨우 눈꺼풀을 한두 번 움직이는 방식으로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상태다.
다섯달 째 병원에서 힘겨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에게는 '그 날'의 사고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김씨 형은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동생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쉬었다.

12일 찾아간 사고 현장인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앞 도로.
도로 3곳에는 5개월 전에는 없었던 과속 카메라 측정 장치가 만들어졌다.
과속 단속이 강해졌지만, 사고 교훈을 잊은 듯 많은 차량이 여전히 제한속도를 넘겨 쌩쌩 달리고 있었다.
공항 상주업체 한 직원은 "사고 후 과속 단속장치가 생겼지만, 공항도로에서 과속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면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찔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고는 지난 7월 10일 낮 12시 50분께 발생했다.
김씨는 국제선 2층 출국장 1번 게이트 앞, 4차선 도로 갓길에 손님을 내려줬다. 그러고선 차량 밖으로 나가 트렁크에 있는 짐을 꺼내 손님에게 건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택시나 승용 차량이 갓길에 많이 정차해 있는 공항도로에 BMW 승용차 한 대가 '광란의 질주'를 벌이더니 그대로 김씨를 덮쳤다.

BMW 운전자 정모(34) 씨는 항공사 직원으로 이날 직장동료, 협력사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은 뒤 자신의 BMW에 이들을 태웠다.
비행기 스케줄에 쫓기는 일행과 예정돼있는 교육에 참석하려고 평소보다 과속으로 차량을 몰았다.
BMW는 정씨가 몇 년간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으로 지난해 중고로 산 것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엔진룸에서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동승자들이 차량 성능에 감탄하는 듯 "역시"라고 말하는 음성이 녹음돼 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2㎞ 떨어진 항공사 사옥에서 10분 뒤 열릴 교육에 참석해야 했고, 일행도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 평소보다 속도를 높여 운전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수사과정에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움을 많이 표현했었고 고개를 잘 들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재판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성문을 내기도 했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젊은 날의 치기, 차량에 대한 과시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법규나 안전규정을 망각해 일어난 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BMW는 공항도로 제한속도인 40㎞를 3배 초과한 최대 시속 131㎞로 달렸다.
정씨가 과속으로 코너를 돌 때 동승자들도 이상을 느꼈다.
"어, 어, 코너 조심, 스탑, 스탑"이라며 정씨를 다급히 만류하는 음성이 들어있다.
하지만 속도는 크게 줄지 않았고 정씨는 시속 93㎞로 택시기사를 쳤다.
강한 충격을 말해 주듯 BMW는 앞 유리가 뚫렸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정씨를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이어졌다.

정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9월 재판에 넘겨져 5차례 공판 끝에 지난달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담당 판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 내에서 최고 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김해공항 청사 도로구조에 비춰 운전자 누구나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곳에서 '위험하고 무모한' 과속운전으로 사고를 냈다"면서 "공항에 근무하면서 이런 위험 구조를 잘 아는 피고인의 경우 위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 '법 감정'은 판결과 달랐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크게 분노했다.
선고된 형이 교도소에서 강제노역하지 않는 '금고'인 점, 또 형량이 2년밖에 되지 않는 점을 비난했다.
형법은 법 종류를 사형, 징역, 금고, 구류 등 9가지로 규정한다.
각각의 범죄는 처벌 조항에서 어떤 종류 형벌을 얼마만큼 부과할 것인지를 명시하고 있다.
정씨에게 적용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의 경우 법정 처단형은 '금고'형으로만 한정돼 판사가 다른 종류 형벌은 부과할 수 없다.
네티즌들은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 행위를 한 사람에게 노역을 면제하는 금고형을 선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남은 인생 평생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데 가해자에게 2년 형만 부과된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슷한 유형의 사안이지만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국민 법 감정이 다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법 감정대로 재판할 수만은 없고, 그렇다고 기존 형량이 정의에 부합한다고도 보기 어려워 사회구성원이 숙고하고 논의해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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