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전시 성폭력 근절 위해 행동 나서야"
무퀘게 "책임자 처벌 안 하면 전시 성폭력 비극 계속돼"
무라드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집단학살 반복될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올해 노벨상 시상식이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잇따라 거행됐다.
오슬로 시청에서 개최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63)와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운동가인 나디아 무라드(25)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대신해 정의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앞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이 전쟁이나 무력충돌 때 성폭력을 무기로 악용하는 것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그들의 공을 높이 평가해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민주콩고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치료하며 이들을 보호하는 데 청춘의 대부분을 받친 무퀘게는 민주콩고의 정치지도자와 무장단체와 함께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집단 성폭행을 근절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무퀘게는 수상연설에서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인간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투쟁만이 폭력의 소용돌이를 깨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무퀘게는 민주콩고에서 무력충돌로 인해 400만명이 고향을 등졌고, 600만명이 숨졌다면서 "스마트폰이나 보석,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금이나 코발트와 같은 민주콩고의 풍부한 전략적 광물자원이 전쟁과 극심한 폭력, 비참한 가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로서 최소한 이런 제품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생산돼야 한다고 주장하자"면서 "이런 비극에 대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것은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무력충돌이나 전시 때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도록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펀드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성노예로 생활했던 이라크 야지디족 출신 무라드는 수상 연설에서 자신을 비롯해 수 천명의 야지디족 부녀자에게 행한 성적 유린을 고발하면서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무라드는 "나는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감정이 행동으로 바뀌기를 원한다"면서 "만약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야지디족이나 다른 약소 공동체에 대한 이런 집단학살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집단학살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런 사람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범죄를 저지른 IS 조직원들을 처벌하기로 서약한 많은 국가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두 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이날 시상 때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시상식에는 노르웨이의 하랄드 왕과 소냐 왕비,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 노르웨이와 스웨덴 외교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노벨 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5월 성 추문에 휩싸이자 올해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스웨덴 출신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마련된 상으로, 매년 12월 10일 평화상은 오슬로에서 나머지 상은 스톡홀름에서 시상식을 거행한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900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11억2천여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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