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의 통 큰 결단…성과 주고받은 충북도·도교육청
자율학교 지정·명문고 육성방안 놓고는 충돌 여지 남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지난 8월 말부터 3개월 넘게 고교 무상급식비 분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하나씩 성과를 주고받았다.
충북도는 50%를 마지노선으로 내걸었던 고교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률을 75.7%까지 늘리기로 했고,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과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미래인재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서로의 주장을 수용한 양 기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체면을 세웠고, 고교생·학부모들은 급식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미래인재 육성방안에 대한 양 기관의 입장차는 존재할 수 있어 향후 공동 노력 과정에서 또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합의의 핵심 내용은 초·중·고·특수학교 무상급식 식품비의 75.7%를 도와 시·군이 내년부터 4년간 대고, 양 기관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초·중·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이 2011년부터 시작된 이후 2∼3년이 멀다 하고 양 기관의 분담 갈등이 빚어졌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전면 무상급식이 향후 4년간 자리 잡게 됐다.
양 기관장은 합의서 서명식 이후 서로의 결단에 대해 사의를 표시했다.
이시종 지사는 "고교생들이 급식비 부담 없이 점심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김병우 교육감의 결단이 컸다"고 치켜세웠고, 김 교육감은 "자치단체가 고교 무상급식에 대한 도민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무상급식비 분담 외에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양 기관의 공동 노력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도는 도내 고교생들의 유명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포함한 명문고 운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키워왔다.
전국적으로 58개나 되는 자사고, 영재고, 국제고가 충북에 1개만이라도 설립된다면 고교 평준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충북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정시 모집을 겨냥한 자사고 설립이 명문대 진학률 제고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일반고를 활성화해 수시모집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시민단체까지 찬반 논란에 나서면서 양 기관의 갈등이 도민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마저 나타났다.
다행히 양 기관은 이번 합의서에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교육감은 서명식 이후 "(이 합의서에는) 충북 교육을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제도적으로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다양한 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율학교와 명문고의 개념을 둘러싼 양 기관의 명확한 입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이 합의서를 토대로 향후 자사고 설립을 요구할 수 있지만 도교육청은 자사고가 아닌 자율형 공립고 설립과 과학고·외국어고 육성으로 일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인재 육성책 수립 과정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무상급식비 분담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던 양 기관의 갈등은 또 다른 양상의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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