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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미형 "국제구호단체들도 개인후원자 많은 한국 부러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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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미형 "국제구호단체들도 개인후원자 많은 한국 부러워해"
IOM 한국대표부 소장 "그런데 이들을 이웃으로 삼고싶은 생각은…"
"우리가 차별하면 우리 국민도 해외서 차별당해"
올해 IOM 가입 30주년…"이주는 21세기 메가 트렌드"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우리나라 사람은 난민이나 기아 등 해외의 어려운 사람을 많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국제구호단체들도 개인 후원자가 많은 한국을 부러워하죠. 그런데 이들을 이웃으로 삼고 싶을 생각에선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동정심이나 연민의 감정은 풍부하지만 공감 능력도 함께키웠으면 좋겠습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로의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만난 박미형(41) 소장은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둘러싼 논란이나 친구들에게 시달리던 인천 다문화가정 중학생의 죽음을 언급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단일민족이라고 배웠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나 국제이주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우리 국민의 해외 이주가 계속되고 있죠. 우리가 이주민을 차별하고 박대한다면 우리도 다른 나라에서 인권을 보장받기 힘들 겁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OM은 1951년 설립됐으며 2016년 유엔 산하 기구로 편입됐다. 전 세계 회원국은 173개국. 1만1천 명의 스태프가 전 세계 480개 지역에서 2천400건의 프로젝트를 펼치며 이주민의 정착을 돕고 이주를 촉진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해 올해 가입 30주년을 맞았다. 1999년 서울사무소를 열었고 2007년 한국대표부로 승격했다.
21세기 들어 이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즉 '메가 트렌드'라고 일컬어진다. 국내외 이주를 포함한 전 세계 이주자 수는 10억 명으로 7명 가운데 1명꼴이다.
"국제이주는 분쟁이나 기근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납니다. 예전에는 강제이주가 많았는데 이젠 대부분 정규적 통로로 이뤄지고 있죠. 이주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경제적으로도 긍정적 요소가 많은데도 일부 정치인이 부정적 측면만 부각해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거부감을 부추깁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같은 게 대표적이죠."

IOM 한국대표부는 지난 30년간 NGO나 공익법무법인 등과 손잡고 북한이탈주민 드라마 치료, 국내 외국인노동자 인권·보건의료 실태 조사,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인권침해 조사, 베트남·필리핀 국제결혼 중개시스템 현지 조사, 한국 어선의 외국인 선원 인권 실태 조사 등을 실시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왔다. IOM이 법무부·경기도와 협약을 맺고 2009년 설립한 IOM이민정책연구원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15년부터는 해마다 세계 이주민의 날(12월 18일)을 맞아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란 주제로 조각가 이환권의 작품을 시청 앞 서울광장에 전시해왔다. 다문화가정 자녀 3남매, 탈북 남성과 남한 여성 커플,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본명 빈첸시오 보르도) 천주교 신부에 이어 이번에는 카메룬 출신의 난민 권투선수 길태산이 주인공이다. 올해는 장소를 잠실 롯데월드몰 1층으로 옮겨 17∼31일 전시할 예정이다.
"이주민과 시민의 거리를 좁히려고 기획한 캠페인입니다. 2015년 10월 한국 땅을 밟은 길태산 선수는 지난해 11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지난 7월 슈퍼미들급 한국 챔피언에 올랐죠. 길 선수를 비롯한 이주민들의 '코리안 드림'을 응원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언제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르니까요"
IOM 한국대표부가 역점을 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이다. 법무부, 유엔난민기구(UNHCR) 등과 함께 태국의 난민촌에서 생활하던 미얀마 난민을 받아들이는 일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6명(아이가 한 명 태어나 지금은 87명), 올해는 13명이 들어왔고 연말까지 10여 명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박 소장은 국내에 재정착한 미얀마 난민 소녀를 비롯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네팔 이주노동자, 세네갈 출신 유학생과 함께 올 1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기도 했다.
IOM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특히 지난 봄 예멘인 48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면서 격론이 일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 가운데 362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내렸으나 여전히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젊고 건장한 남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니 기존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예멘은 내전의 공포와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변에 일자리를 알아볼 만한 나라도 없죠. 청년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먼 나라까지 찾아온 겁니다. 이 같은 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이른바 '가짜뉴스' 등에 휘둘려 우려와 반감을 쏟아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 계기로 진지한 토론을 벌여 현명한 해결 방안을 찾고 이주민 인식 개선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죠."

2016년 유엔총회의 결의에 따라 10∼11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는 정부 간 회의가 열려 이주자 권리 보호와 노동시장 접근 허용 등을 담은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를 채택할 예정이다. 외교부가 최근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참여 방침을 밝히자 일각에서는 일자리 축소, 세금 부담 등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이주민 권리 보호에 나선 것은 어떤 나라든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주민을 받기만 하거나 국민을 내보내기만 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신뢰를 얻으려면 글로벌 이슈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국제사회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박 소장은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진로를 바꿔 스미스여대에서 정치행정학, 하버드대학원에서 국제보건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했다가 미국의 국제구호단체 사마리탄스 퍼스에 몸담고 아프리카에서 활동했다. 2013년 7월부터 IOM 한국대표부 소장을 맡고 있다.
"이주민으로 살아본 경험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고 묻자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보니 어느 나라 출신이든, 종교가 무엇이든, 피부가 어떤 빛깔이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인간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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