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형 도피 도운 최규성…영장 배경엔 '국민 법감정'
연좌제라며 부인하다 혐의 인정…도피 조력 '몸통', 내주 영장심사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죄 지은 형(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이 도망가 혼자 단칸방에서 어렵게 사는데 동생이 쌀과 생필품을 사준 수준이었다면 처벌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형은 도피 기간에 굉장히 잘 살았습니다. 이런 부분을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어요? 국가 기강이 바로 서겠어요?"
전주지검 관계자가 지난 7일 전직 교육감인 친형의 8년간 도피를 도운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에 '국민 법감정'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최 전 사장은 수뢰 혐의를 받던 형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이 2010년 9월 도주한 이후 8년간 도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3자 등을 통해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사장은 그동안 최 전 교육감의 행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족들도 연락이 안 닿는다. 형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동생까지 비난하는 건 연좌제 같다"고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그는 형 도피의 '몸통'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사장은 형이 달아난 2010년 9월부터 지난달 검거되기까지 줄곧 도움을 줬다.
형제는 지난 8년간 만나거나 차명 휴대전화로 꾸준히 연락을 해왔다.
만성 질환을 앓던 최 전 교육감은 최 전 사장 명의로 병원 진료를 받고 약 처방도 받아왔다.
검찰이 최 전 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주민등록법·국민건강진흥보험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이다.
당초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던 범인도피 교사 혐의는 제외됐다.
검찰 관계자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 최 전 교육감을 돕는다는데 명의가 사용된 사실을 알았다면 범인도피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현재 증거만으로는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최 전 교육감 도피에 도움을 준 10여 명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끝냈다.
이들은 최 전 교육감이 병원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을 다닐 때 사용한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 등의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명의는 빌려줬지만, 도피에 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은 태양광 관련 업체 대표를 지내다가 지난 2월 7조5천억원 대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농어촌공사 사장에 취임해 논란을 빚은 끝에 지난달 사임했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 땅을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 됐다.
수사 초기 달아난 그는 지난달 6일 인천시 한 식당에서 도주 8년 2개월 만에 검거됐다.
수뢰 혐의를 시인했지만, 구속 직후부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의 차명계좌 입·출금 내용과 도피 자금 출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저버린 범죄"라며 "그동안 차명 사회에서 실명 사회로 가기 위해 입법부가 노력해 왔는데 국회의원이 법을 어긴 행위를 국민이 용서하겠느냐"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형이 도주할 당시 최 전 사장은 재선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최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주 전주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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