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2기]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내년 하반기까지 고용·분배지표 개선될까 주목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께 취임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 2기가 본격 궤도에 오른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기조의 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득주도성장과 관련, 최저임금 등 몇 개 정책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는 의지를 갖고 보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이노믹스 1기의 진단을 넘어서 실제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이다.
홍 후보자가 장담한 대로 내년 하반기에는 고용이나 분배 지표상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 2020년부터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로 확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질적인 속도조절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는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2020년부터는 최저임금이 지불능력이나 시장 수용성, 경제파급영향을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여러 지표와 지불능력을 봐서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설정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구간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원적인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고, 내년에도 10.9% 오르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최저임금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최저임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결정할지 방법론적으로 개선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1986년 12월 31일 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른 이런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30여 년째 그대로다.
최저임금에 관한 사실상 권한을 갖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대표위원, 사용자 대표위원, 공익 대표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은 거의 매년 극심한 노사대립 후 표결에 따라 결정된다. 2000년대 이후 노·사·공익 3자 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이어지던 2008년과 2009년 단 2차례뿐이라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전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체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결정구조 이원화 등으로 보완하는 방안,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국회에 이양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는 2017년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태스크포스(TF)가 제안했다.
이는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공익위원들로만 구성된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상·하한선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노·사·공익위원 동수로 구성된 최저임금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홍 후보자는 근로시간 단축제도 보완을 위한 탄력적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와 관련해서는 "일단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먼저 완화하는 게 수용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해서 방점이 찍힌다"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악화한 고용·분배상황 내년 하반기 개선될까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 조절을 하면서도 악화한 고용·분배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홍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해 왔지만, 소득과 경기지표가 부진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장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잘한 점과 못한 점에 관해 묻자 "사회안전망 보강 작업은 잘 됐는데, 임금 격차 해소나 일자리 창출에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소득분배 지표는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했다. 올해 들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고용상황이 악화한 여파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명목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7.0% 줄어 3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했다.
3분기 기준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했다.
올해 1∼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2만8천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취약근로 부문의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는 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원리와 관련, "일자리를 통해 직접적인 소득이 창출되고 지출경감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을 증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시장 내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는 근로·사업소득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생활비를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실질 소득 증대를 위한 중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혁신을 통한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균형 있는 추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에 정책을 보완할 부분을 명확히 제시하라고 제언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1기 경제팀에서는 여러 가지 성장축 중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그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단기적 성과를 갖고 논쟁이 확대됐는데,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설득해나가는 부분이 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기 경제팀은 전반적으로 어떤 점을 보완할지 조금 더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 정책효과나 부작용을 제대로 정의하고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기 홍남기 경제팀이 정책을 수정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방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인 관리에 그칠 것"이라면서 "지금 수정이 안 되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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