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고 싶지만 알아야 할 일제강점기 미술사
신간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01년에 나온 보고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일본근대미술'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일제강점기에 수집한 일본 미술품이 200점 정도 있다.
박물관이 소장한 일본화는 인물화, 산수화, 화조화, 영모화 등 종류가 다양한데, 당시 한국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품은 거의 없다.
미술 애호가 황정수 씨는 신간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에서 이 그림들에 대해 "제국주의 침략 가해국인 일본의 강요로 이뤄진 수집품"이라며 "일본 무사의 강인함을 강조하거나 일본 특유의 화려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고 설명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은 많은 미술품을 완성했지만, 오늘날 한국인이 아는 작품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은 저자는 책에서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활동한 많은 일본인 화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분석한다.
경성 일본인 화가의 구심점이었던 시미즈 도운(淸水東雲)을 비롯해 조선 풍경과 인물을 소재로 작품을 남긴 가토 쇼린(加藤松林), 일본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인 아사이 추(淺井忠) 등이 한국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분량 대부분을 일본인 작가와 작품 설명에 할애한 저자는 현재 일제강점기 한국 미술사가 반 토막 미술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고고학과는 달리 일제강점기 한국 미술사에 일본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며 "작가 이름만 존재할 뿐 그들의 실제 미술 활동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그들이 한국인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이당 김은호 작품을 두고 '왜색이 강하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중섭이나 이인성이 스승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미술인들이 일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당시 일본인 화가 실력이 한국인보다 우월했다고 해도 당시 상황을 연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이제라도 많은 작품과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숲. 744쪽.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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