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의자 부활하나…테네시주, 11년만에 독극물 대신 집행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테네시주가 살인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에 대해 무려 36년간 미루고 있던 형을 집행했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82년 데이트 상대 여성을 죽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형수 데이비드 얼 밀러(61)가 이날 오후 내슈빌 교도소에서 전기의자 방식으로 처형됐다.
테네시주 교정당국이 밝힌 그의 사망 시각은 오후 7시25분이었다. 당국자에 따르면 밀러는 교도소장이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느냐고 말하자 "집행을 대기하는 것보다는 낫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테네시주로서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1일 전기의자를 사용한 사형을 집행한 데 이어 2번째로 전기의자를 재가동한 셈이다.
테네시주를 제외한 여타 주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전기의자를 사용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독극물 주사는 미국의 각주 교정당국이 선호하는 사형 집행 방식이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밀러는 독극물 주사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해 전기의자를 택한 것으로 돼 있다.
밀러가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집행을 대기하고 있던 것은 독극물 주사에 대한 논란으로 테네시주에서 형집행이 한동안 미중단된 탓이 없지 않다.
그의 대기 기간은 지난 2013년 플로리다주에서 자연사한 사형수 게이 알보드의 40년에 버금가는 것이다. 민간단체인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사형수가 선고 이후 형집행까지 기다리는 평균 시간은 15.5년이다.
사형정보센터는 형집행이 지연되는 것은 납세자는 물론 피살자의 유족, 사형수 본인들을 모두 힘들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밀러는 어린 시절 신체적, 성적인 학대를 받고 자랐으며 부랑자로 떠돌다가 테네시주의 한 목사로부터 섹스 파트너가 되는 조건으로 숙소를 제공받았다.
이 곳에 머물던 밀러는 1981년 23세 여성과 데이트를 하던 중 분노가 폭발해 그녀를 마구 때리고 칼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목사의 집 근처에 있던 수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주대법원이 재심을 결정했지만 1987년 거듭 사형 판결을 받은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친 구명 시도는 모조리 수포로 돌아갔다.
빌 해슬럼 테네시주 지사는 형집행 당일 밀러의 사면 요청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고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후 밀러의 집행 유예신청을 기각해 그의 한가닥 기대마저 꺾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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