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소화기 대신 빨간펜 든 광주 북부소방서 송재빈 센터장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세월호 참사나 밀양 화재와 같은 대형 재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형 재난 사고를 더는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광주 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장 송재빈(55·소방경) 센터장은 소방장비 대신 펜을 들었다.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손을 보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모든 현장을 갈 수 없었던 송 센터장은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를 찾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전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뉴스를 모아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책상에는 인터뷰하는 당일에도 빨간색 펜으로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가득 적어 둔 사건·사고 기사들이 올려져 있었다.
25년 동안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다니며 실전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 소방관의 시각에는 재난 사고 대부분이 안타까운 '인재(人災)'였다.
송 센터장은 9일 "큰 사건이든 작은 사건이든 하나같이 원인과 과정, 결과 처리가 똑같았다"며 "결국 사람 때문에 재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주요 사건이 날 때마다 언론사에 기고문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보다 종합적인 분석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송 센터장이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는 책을 발간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그의 책에는 세월호 참사와 남영호 침몰, 씨랜드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등 국내에서 일어난 대형 재난 사고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모아 국가별 사후 대처능력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특히 현장에서 몸소 느꼈던 불합리한 정책들을 지적하고, 재난을 처리하는 핵심 인력인 공직자들의 병폐와 잘못된 인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같은 공직자로서 공직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면서도 "잘못된 점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 덮어주기만 하면 재난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가까이에서 재난 현장을 지켜보는 소방관으로서 더는 후진국형 재난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건 사고들을 정리했다"며 "성공 사례든 실패 사례든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앞으로 방화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분석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