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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삶 앗아간 강제집행…'개발만 있고 사람은 없는' 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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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삶 앗아간 강제집행…'개발만 있고 사람은 없는' 개발사업
철거용역 폭력행위 여전…시민단체 "현행 개발사업, 투기 조장하고 공동체 파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황재하 기자 = 강제집행으로 살 곳을 잃은 철거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져 재개발·재건축 관련 강제집행의 폭력성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빈민해방실천연대(빈해련)에 따르면 전날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박 모(37) 씨는 서울 마포구 아현2재건축구역 내 한 주택에서 어머니와 월세로 생활하다 강제집행으로 보금자리를 잃었다. 이후 재건축구역 내 빈집을 전전하다 그마저 강제집행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적혔다.
빈해련이 밝힌 아현2구역 강제집행 상황에는 철거용역의 폭력이 동반됐다.
11월1일 오후 100여명에 이르는 용역들이 철거민 집을 에워쌌고, 일부 용역은 옥상을 타고 철거 대상 건물로 진입해 60대 철거민을 밀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후 옥상과 1층에서 사람을 향해 소화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빈해련은 "현장에는 강제집행을 관리감독하는 집행관뿐 아니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철거현장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인권지킴이도 없어 불법으로 진행된 집행"이라며 "인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자인 마포구는 살인적 강제철거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마포구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재건축조합 측이 강제집행 최소 48시간 전에는 집행 일시를 관할 자치구에 보고해야 한다는 시업시행인가 조건을 계속 이행하지 않아 인권지킴이단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 확인과 행정조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용역들의 폭력행위는 다른 여러 개발사업 구역에서도 여전히 목격된다.
2016년 4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덕마을에서는 철거용역들이 퇴거에 불응하는 주민들에게 둔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거나 소화기를 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 가운데 폭력행위를 주도한 3명이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돼 작년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빈해련은 "용산참사 10주기를 앞둔 지금 살인적 강제수용과 강제철거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특히 재건축구역은 재개발구역과 달리 철거민 이주대책 관련법이 전무하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철거민들이 여전히 목숨을 내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거주민 삶을 위협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할 우려가 큰 현행 지역개발사업 제도 자체를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남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위원은 "현행 개발사업은 투기를 조장하고 그 지역에 살던 공동체 조직을 무너뜨리므로 개발만 있고 사람은 없어 옳은 방식이 아니다"라며 "거주민들이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데 주변 시세가 다 올라 떠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아현2구역 세입자도 자신이 살 수 있었던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박탈당한 것"이라며 "철거민 정책은 서울시 등 각 지역단위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시는 시민 공청회를 열자는 요구에도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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