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정족수 부족한데"…순천시 장학회 정관개정 '물의'
시장 측근 상임이사 선임…연봉 4천만원 주려고 개정하려다 '발목'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순천시가 시장의 측근을 순천시인재육성장학회 상임이사로 앉히기 위해 의결 정족수가 부족한데도 정관을 개정했다가 취소해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순천시에 따르면 허석 시장이 이사장인 순천시인재육성장학회의는 지난 10월 4일 순천희망포럼 대표 A씨를 상임이사로 결정했다.
순천시는 이사 11명 가운데 결원 1명이 생기자 A씨를 이사로 선임하고 곧바로 상임이사로 결정해 감독관청인 순천교육지원청에 통보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허 시장이 주재하는 이사회에서 상임이사에게 연봉 4천만원을 주는 내용의 정관을 개정했다.
순천시는 보은 인사 논란이 일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당시 이사회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열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지만, 당시 회의에는 11명 가운데 6명만 참석해 과반수만 넘겼다.
이런 문제는 최근 순천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가 지적하면서 드러났다.
순천시는 뒤늦게 개정된 정관이 효력이 없다고 보고 감독청인 순천교육지원청에 정관 허가 변경 신청서를 철회하는 한편 상임이사에 대한 보수 지급도 하지 않기로 했다.
보수 지급이 없던 일로 됐지만, 의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정관개정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정관을 개정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의결 정족수를 확인하지 않은 점은 행정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당시 회의 안건이 2018년 장학금 지급 결정 내용과 내년 사업계획 등 여러 건이다 보니 실무선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정관개정을 위한 회의라고 생각하지 못해 과반만 참석한 것을 보고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순천시인재육성장회는 128억원의 기금을 운용하며 해마다 120여명에게 1억6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상임이사 연봉은 4천만원으로 해마다 지급하는 장학금의 4분의 1에 해당해 비판이 일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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