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노란 조끼' 확산에 정책실패 자인…유류세 인상 유예(종합)
총리 생방송 담화 발표…유류세 인상조치 6개월간 미루기로
필리프 총리 "프랑스의 통합 저해하는 세금 소용없어"
노란 조끼 측 "정부발표 부스러기에 불과…빵을 달라" 집회계속 방침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전국적인 '노란 조끼' 시위를 불러일으킨 유류세 인상조치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사용 독려를 목표로 유류세를 꾸준히 올려온 프랑스 정부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사실상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유류세 인상을 6개월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당초 내년 1월에 계획한 유류세의 인상을 반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총리의 담화 발표 전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이날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필리프 총리는 다만 가난한 근로자들과 직장에 자가용 차량으로 출퇴근하거나 생활에 차량이 필수적인 중산층 가계의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대책 논의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프랑스의 이른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으로 표출된 세금 인하 요구에 정부가 고개를 숙였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이번에 표출된 분노를 보거나 듣지 않으려면 맹인이 되거나 귀머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프랑스의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세금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란 조끼 시민들이 세금 인하와 일자리를 원하는데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그리고 집권당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의 시위는 사전에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집회가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격 폭력시위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필리프 총리는 "최근의 상황이 보여준 것은 프랑스인들이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세 부담이 줄어들면 정부지출도 줄어든다. 이미 거대한 빚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거센 요구에 밀려 계획을 유예했지만, 정부로서도 매우 난감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한 달가량 전부터 전국에서 유류세 인하와 서민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집회가 전국에서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 1일에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에서 시위가 격화해 방화와 약탈, 문화재 훼손 등이 일어나는 등 집회가 폭력사태로 비화했다.
이날 총리의 발표에 대해 '노란 조끼' 측은 조치가 미흡하다면서 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란 조끼' 운동의 대변인 격인 벤자맹 코시는 BFM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과자 부스러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빵을 원한다"면서 정부가 유류세 인상을 잠시 유예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올려온 유류세를 원래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 조끼 운동은 토요일인 오는 8일에도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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