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감성돔 식해'는 어떤 맛일까…215년 만에 재현
'우해이어보'에 적힌 재료와 방법으로 요리, 오는 7일 창원시청서 시식회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조선시대 물고기 연구 서적 가운데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1814년 서해 흑산도 유배지에서 쓴 '자산어보'(玆山魚譜)가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보다 11년 전에 나온 어보가 있다.
바로 조선 후기 학자인 김려가 1803년 편찬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란 책이다.
김려 역시 남해안 진해(鎭海)에서 유배 중 이 책을 썼다.
'우해'는 진해의 다른 이름이다.
현재의 창원시 진해구가 아니라 '삼진'(三鎭) 지역으로 불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진북면·진전면 일대가 진해현(鎭海縣)이었다.
우해이어보는 당시 삼진지역 바다에서 잡힌 생선에 관한 해설서다.
김려는 감성돔·문절망둑·볼락·쥐치 등 유배지에서 나던 53가지 생선을 골라 형태와 색채, 성질, 맛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생선뿐 아니라 감성돔으로 식해(생선을 토막 친 다음 소금·조밥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를 만드는 등 생선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까지 적었다.
동해안에 가자미, 명태로 만든 식해가 있지만, 감성돔 식해는 명맥이 끊어졌다.
현대인이 맛본 적이 없는 낯선 음식이다.
감성돔으로 만든 식해가 어떤 맛일지 궁금함을 참지 못한 지역 인사들이 215년 만에 이를 재현해 오는 7일 창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시식회를 연다.
유장근 경남대 사학과 명예교수, 강재현 변호사, 최상철 창원YMCA 증경이사장,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 심상완 창원대교수 등이다.
이들은 올해 초 '감성돔 식해 복원위원회'(이하 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우해이어보에 적힌 감성돔 식해 조리방법을 그대로 따랐다.
이 책은 "가을이 지나갈 무렵 잡은 감성돔 200조각에다, 희게 찧은 멥쌀 한 되로 밥을 해서 소금 두 국자를 넣고 누룩과 엿기름을 곱게 갈아 각각 한 국자씩 고르게 섞어 잘 익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먹는다. 달고 맛이 있어 생선 식해 중에 으뜸이다"라고 소개해 놓았다.
위원회는 지난 3월 초 감성돔 식해를 처음 만들어 시식회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양식한 감성돔을 재료로 사용했고 쌀 등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썼다.
우해이어보가 재료로 언급하지 않은 고춧가루와 마늘 등도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료를 최대한 당시와 가깝게 해서 감성돔 식해의 진짜 맛을 재현하기로 했다.
양식 감성돔 대신 어촌계 어민이 낚시로 잡은 제철 감성돔과 삼진 지역에서 올해 수확한 쌀, 전통방식으로 띄운 누룩으로 제대로 요리한다.
다만, 감성돔은 삼진 바닷가에서 잡기가 힘들어 가까운 삼천포 바다에서 잡은 것을 쓴다.
위원회는 우해이어보에 나온 레시피 그대로 고춧가루, 마늘 등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은 감성돔 식해와 고춧가루, 마늘을 쓴 감성돔 식해 2종류를 시식회 때 선보인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은 "200여년 전 김려가 전해주는 그대로 감성돔 식해를 만들어 보려 한다"며 "현대인들에게 어떤 맛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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