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깊은 곳 결함까지 콕…고감도 현미경 나왔다
표준과학연구원 개발…초음파처럼 내부 관측 가능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소자 내부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고감도 현미경 기술이 등장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나노구조측정센터 이은성 책임연구원 팀이 ㎚(나노미터)급으로 영상화하는 '광 유도력 현미경'(Photo-induced Force Microscope)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물질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관찰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원자힘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이다.
탐침이 물질을 눌러 훑으면서 원자 힘을 이용해 3차원 영상을 얻는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손으로 더듬으며 정보를 파악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 방식은 표면 형상을 알 수는 있으나, 내부 깊은 곳을 파악하기 어렵다.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 구조를 보려면 광학적인 원리를 활용해야 한다.
시료 영향으로 흐트러진 빛(산란광)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광 검출 장치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다양한 필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해도 20㎚ 깊이 정도까지만 확인할 수 있다.
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의 광 유도력 현미경 기술은 지금까지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빛이 아닌 원자힘 현미경처럼 힘을 측정하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물질의 150㎚ 깊은 곳 광학적 특성까지 살펴 영상화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탐침과 시료 사이에 레이저를 쏘면 근접 장이라는 강한 빛이 형성된다.
이 빛에 의해 미세한 힘이 탐침에 발생한다.
만약 시료 내부에 특정한 구조가 있으면 근접 장이 영향을 받아 탐침이 받는 힘의 크기도 달라진다.
이를 통해 내부 결함을 측정할 수 있다.
이은성 책임연구원은 "비 파괴적으로 나노 구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초음파 진단으로 우리 몸속 영상을 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기존 기술보다 훨씬 간단하면서도 측정 감도와 공간분해 성능이 좋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실험 도중 제거 대상인 오염 물질이 오히려 현미경 해상도를 올린다는 사실도 최초로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연구를 하다 보면 자연적 오염 때문에 탐침 끝에 실리콘 오일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 실리콘 오일의 광열 역학적 반응을 역이용해 미세한 신호 변화를 크게 증폭하는 데 성공했다.
장정훈 박사후연구원은 "예컨대 지금까지는 반도체 내부 결함의 경우 제품 테스트 단계까지 간 다음 뜯어서 보는 수밖에 없었다"며 "광 유도력 현미경을 통해 공정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네이처 자매지 '빛:과학과 응용'(Light:Science and Applications)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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