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평화조약 힘쏟는 日아베…'참의원선거 승리後 개헌' 노림수
협상진전→참의원 선거서 개헌발의선 확보→전쟁가능국 개헌 시나리오
쿠릴 섬 반환 소극적인 러와 입장차 커 협상 진전 미지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것을 둘러싸고 이면에 내년 참의원 선거에 유리하도록 성과를 내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도쿄신문은 3일 아베 총리가 전날 푸틴 대통령과 평화조약 협상 담당자를 관료 수준에서 각료급(장관급)으로 격상시킨 배경에는 내년 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러시아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담하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평화조약 협상의 책임자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정치적인 판단이 가능한 외무상을 협상 책임자로 정해 정체된 협상의 타개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협상 성과를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강조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러시아를 방문해 협상에 속도를 낸 뒤 같은해 6월 푸틴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되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진전을 봐 참의원 선거 전에 협상의 사실상 타결을 노리고 있다.
참의원 선거는 통일 지방선거(내년 4월 예정)와 함께 내년 일본 정계의 주요 일정 중 하나다.
자민당 총재 마지막 임기에 접어든 아베 총리에게 참의원 선거 압승은 정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이미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2 의석을 확보하고 있긴 하지만, 자민당 등 개헌 세력들이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베 총리의 숙원인 '전쟁가능 국가'로의 개헌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진다.
평화조약과 쿠릴 열도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러시아는 1950년대 이후 장기간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랜 정체를 뚫고 쿠릴 4개섬을 돌려받는 것을 '전후 외교의 총결산'으로 명명하고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과 옛 소련은 1956년 소일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 후 소련이 실효 지배하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두 섬을 인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4개섬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두 섬의 인도가 실현되지 않고 이와 함께 평화조약도 체결되지 못하고 있다.
소일공동선언은 고노 외무상의 조부 고노 이치로(河野日郞) 당시 농림대신이 실무 작업을 주도한 바 있어, 고노 외무상을 협상 책임자에 앉힌 것에는 조부의 미완성 유산을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평화협상과 섬 반환을 실현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이를 개헌 실현으로 이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평화협정을 우선 체결하자며 적극성을 보이자 일본측이 4개 중 2개 섬이라도 돌려달라며 전략을 수정하긴 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섬 반환에 소극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시코탄, 하보마이 두 섬에 대해 "(소일공동선언에) 두 섬중 어느 쪽도 주권을 일본에 넘겨준다고 적혀 있지는 않다"고 말해 일본을 당황스럽게 만든 바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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