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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前 바르셀로나개발청장 "도시를 '화석화'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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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前 바르셀로나개발청장 "도시를 '화석화'해선 안 돼"
2011년부터 4년간 바르셀로나 도시계획 주도…제주국제건축포럼 참석
"모든 것 보존할 순 없어…미래 가치도 숙고해야"



(제주=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낡은 도시를 바꿔놓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광범위한 정비와 개발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올림픽 성공과 더불어 바르셀로나는 세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관광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 경험을 공유하고 도시계획을 수립하고자 이듬해 설립된 기관이 바르셀로나지역개발청(BRA)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건축가 윌리 뮬러는 2011년부터 4년간 BRA를 이끌면서 바르셀로나 도시계획 밑그림을 그렸다. 퇴직 후 자신이 운영하던 건축사사무소(WMA)로 돌아간 그는 세계 곳곳에서 도시 개발과 산업, 관광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이런 경험을 나누고자 제2회 제주국제건축포럼 참석차 방한한 뮬러 전 대표를 30일 제주에서 만났다.
뮬러 전 대표는 "도시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성'"이라며 "옛날엔 이동성이라고 하면 단순히 도시에 길을 내는 정도를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훨씬 복잡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민간 항공사들이 중국 남부에서 제주로 오는 항공권 가격을 3만원 정도로 대폭 낮췄다고 가정합시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당연히 급증할 것입니다. 그러면 제주 공항 활주로부터 넓어져야 할 테고 공항도 커져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보면 (항공권 인하가)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경우에는 큰 혼란 또한 초래할 수 있죠."



그가 바르셀로나 도시계획을 짤 때 가장 중시한 것도 '이동성'이었다. 건축가, 기획자, 기술자뿐 아니라 경제학자, 생물학자, 지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 60명으로 이뤄진 도시개발팀을 꾸려 복잡다단한 도시 현상을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BRA는 그 결과 낙후한 항만을 관광·여가를 겨냥한 '씨 프런트'와 산업에 주안점을 둔 '워터 프런트'로 나눠 개발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건축물 하나를 '뚝딱' 짓기도 어렵지만, 도시계획, 특히 바르셀로나나 서울처럼 역사가 오랜 도시를 정비하는 일은 매우 힘겨운 작업이다.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고 상충하는 가치 속에서 최적의 안을 찾아내야 한다.
뮬러 전 대표는 "어떤 방안이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지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민감한 문제도 많이 수반한다"라며 "모두 필요한 것을 동시에 한꺼번에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다 보존하고 보호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4, 5세기 전 흔적이 중요한 부분도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4, 5세기가 지났을 때 돌아볼 우리 모습도 중요한 법이니깐요. 구성원 숙고를 거쳐 보존가치가 높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뮬러 전 대표는 고대 로마부터 21세기까지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바르셀로나가 그러한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현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점에 진행된 도시개발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도시가 기능적으로 숨을 쉬니깐요. 도시를 화석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는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옮겨갔다. 그는 베네치아를 '화석화' 사례로 들면서 "도시를 마치 박물관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사람들 왕래도, 활동도 억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뮬러 전 대표는 도시계획에서 무엇보다 '협의체'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도시가 어떻게 기능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특정 정당이나 기업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무엇보다 정권 변화에 영향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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