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신고는 北에 항복이나 마찬가지…북미간에 아직 신뢰없어"
"北 중대한 비핵화 조치와 美 상응조치 합의할 필요"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미국의 저명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박사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핵신고에 집착하지 말고 북한의 중대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북한에 대해서는 영변 핵시설의 상징 격인 5MWe(메가와트) 원자로 폐기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헤커 박사는 28일(현지시간) 미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에 '북한에 핵신고를 고집하는 게 큰 실수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김정은이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커 박사는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신고에 동의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북미 간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핵신고 요구는) 북한 비핵화에 필요한 신뢰를 쌓게 하기보다 의심을 불러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신고는 항복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막다른 길"이라며 "김(정은)이 보기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는 미군 측에 공격 목표를 제공하는 동시에 핵프로그램의 종결과 자칫하면 정권의 종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신고를 앞세우는 대신 북한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사이에 먼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상응조치의 세부사항은 협상을 통해 논의돼야 한다면서 북한에 다음 조치로 영변의 5MWe(메가와트) 원자로 폐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헤커 박사는 "이런 (북한의 비핵화) 조치들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정상화(새로운 북미관계)를 향한 미국의 조치들과 맞춰진다면 영변의 활동에서 시작해 전체 핵프로그램까지 망라하는 단계적 신고 프로세스에 북한이 돌입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커 박사의 주장은 북미협상이 답보를 계속하는 가운데 미국이 핵신고 요구를 일단 내려놓음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핵신고를 포함한 선(先)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고 북한은 제재완화 등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면서 북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