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폭파사건 유족들 "사고지역 기체 재수색·조사해야"
가족회·진상규명본부,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추모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KAL858기 사고지역에 대한 재수색과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KAL858기 가족회,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대책본부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제31주년 추모제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묵념으로 추모제를 시작한 가족회 김호순 회장은 "당시 전두환 정권은 기체는 찾아주지도 않고 희생자 가족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소복을 입혀 반공 궐기대회에 이용했다"며 "가족들은 31년간 한 서린 세월을 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임옥순 부회장도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남편 곁으로 가면 남편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두렵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은 잊힌 사건이 아니고 정권에 의해 언론에 의해 외면당한 사건"이라며 "KAL858기 실종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KAL858기는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졌다.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전원 실종됐으며, 당시 정부는 유해나 유품을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사건을 북한에 의한 공중폭파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제13대 대통령 선거 전날이었던 12월 15일에는 김현희를 폭파범으로 지목하며 입국시켰다. 김현희는 1990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가 같은 해 사면됐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결과와 참여정부 시절 재조사 결과 모두 북한에 의한 공중폭파 테러 사건으로 결론 났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증거 부실 등을 이유로 31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KAL858기 가족들은 미얀마의 안다만해상 지역에서 KAL858기로 보이는 기체 잔해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사고 발생 당시 전두환 정권은 탑승자 115명의 유해, 유품들을 단 하나도 찾지 않았고, 동체 잔해 수색도 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공기 사고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옛 교통부)는 사고조사에서 배제됐고 안기부와 외교부 주도로 사고조사가 이뤄졌다"며 "정부는 왜 사고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이제는 모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안다만해역의 사고지역에서 KAL858기로 추정되는 잔해들이 발견된 만큼 국토부는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전면적이고 철저한 사고지역의 수색과 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은 무지개 공작을 기획해 KAL858기 사건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활용했다"며 "정부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는 안다만해역에서 KAL858기의 부품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됐다며 잔해를 공개하기도 했다.
추모제를 마친 희생자 가족들은 전 전 대통령에게 항의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에 항의하는 희생자 가족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협의 끝에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이동한 가족회 대표 3명은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항의문을 전달한 채 자리를 떠났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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