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세안 회원국 상대 '트랙2' 외교 시동"
말레이 전문가 "北 미얀마 싱크탱크에 한반도 관련 원탁회의 제안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한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을 상대로 한반도 문제에 관한 민간분야(트랙2) 외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고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말레이시아국립대 전략연구·국제관계(SSIR) 프로그램 선임 강사인 후 치우 핑(胡秋坪) 박사는 전날 이 신문이 주최한 '글로벌 아웃룩 포럼'에서 북한이 미얀마의 싱크탱크에 한반도 문제에 관한 민간분야 회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후 박사는 북한은 내달 중순 원탁회의(roundtable) 개최를 제안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회의 일정과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북한의 제안을 받은 미얀마 내 싱크탱크가 어디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민간분야 외교 활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던 북한이 다시 대화를 제안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견해를 밝혔다.
후 박사는 "북한의 트랙2 회의 제안에 놀랐다. 하지만 이는 환영할만한 신호다"라며 "트랙2 회의 제안은 아세안과의 희미한 관계의 끈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북한이 다시 아세안과의 민간 외교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후 박사는 "한반도 평화 어젠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최선의 플랫폼으로 아세안을 꼽은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에 그들(북한)이 호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 박사는 북미 교착국면에서 추진되는 이번 미얀마 '트랙2' 회의에 미국 측이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망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지만 북한과 면대면 대화를 통해 그들의 진심과 협력할 것이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트랙2 대화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아세안 회원국 대부분과 외교 관계를 맺어왔으며, 과거에는 무역과 외교 분야에서 아세안 회원국과 활발하게 교류해왔다. 1993년 출범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비정부 민간 다자안보 대화기구인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 회원국이기도 하다.
CSCAP 회원국이 다수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유일하게 가입한 지역 안보협의체다.
그러나 북한과 아세안의 관계는 북한이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하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다소 소원해졌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여한 스트레이츠타임스의 니르말 고쉬 미국 지국장은 잇따른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는 아직 취약한 상태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으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책 입안자들과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언론도 북한에 대해 깊은 냉소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을 간절히 바란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는 2차 정상회담에서 실체가 있는 무엇인가를 보기를 원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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