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국제어학원 시간강사들, "명분 없는 재채용 방식"에 반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강원도 내 한 국립대학에서는 오히려 이를 역행하는 시간강사 채용으로 기존 강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9일 강원대학교 국제어학원 한국어연수과정에서 일하는 강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강사실 앞 게시판에 '겨울학기 한국어연수 강사 인력풀 공고문'이 붙었다.
이 공고는 강사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강사가 부족하면 신규강사를 채용했던 이전과 달리 공고에는 '현재 강의 중인 모든 강사가 해당한다'는 단서가 붙었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학기 단위로 재계약을 해온 강사들로서는 '인력풀'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이 공고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학생 수가 줄어 원장이 약속한 강의시수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누군가 그만두는 일 없도록 강의를 줄여가며 고통을 분담했으나 공고대로라면 강사들이 대거 물갈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시간강사지만, 흔히 알려진 시간강사처럼 대학과 계약을 맺은 시간강사가 아닌 대학 부속기관과 계약을 맺은 강사들로 학내 시간강사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어학원에는 강사와 관련한 어떠한 규정도 없어 보호를 받을 수 없고, 계약서에는 원장의 의사와 해석에 따라 강사의 계약 해지 또는 종료를 별도 통보 없이 할 수 있음을 명시한 독소조항이 있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정도도 심하다.
강사들은 "인력풀이란 소모적인 방식으로 강사를 뽑아야 할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없고, 이를 설명해달라는 요구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진행하는 행태는 재직 중인 강사들에 대한 '명백한 갑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지원자격을 한국어 관련 전공의 석사 수료자 이상 또는 한국어 교육 경력 2년 이상에서 '학사학위 소지자,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소지자'로 문턱을 낮춘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학원 측은 이미 신규 채용자들의 면접까지 마쳤고, 기존 강사들도 곧 면접을 앞두고 있으나 일부는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사들은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국제어학원의 특정인 채용과 특혜 문제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원장이 부임 후 같은 학과 출신인 B씨에게 연수추천 등 특혜를 지속해서 줬을 뿐만 아니라 전담강사로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B씨의 지도교수를 면접관으로 참여시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격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기존 전담강사를 탈락시키고 B씨를 뽑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초 특별반 수업을 담당하며 3개월 근무한 강사를 명확한 사유 없이 재계약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B씨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여기에 B씨는 인력풀 공고문이 올라온 뒤 기존 강사들의 강의를 참관하겠다고 통보하고, 이를 강행해 강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학원 측은 강사채용과 연수 추천 과정은 관련 규정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부당해고와 특정인에 대한 특혜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의해 2019.1.7 수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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