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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자처하는 시대…현실로 다가오는 공포 '도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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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자처하는 시대…현실로 다가오는 공포 '도어락'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깊은 밤 현관 밖에서 '삐-삐-삐-삐- 잘못 누르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별일 아닐 것이라고 되뇌며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 온통 지문으로 뒤덮인 '도어락'이 눈에 들어온다. 간밤의 불안이 공포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영화 '도어락'은 외부의 위협에서 거주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도어락'이 무력화한 상황을 상상한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상황이지만 특히, 혼자 사는 여성에게는 실로 끔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영화는 '1인 주거 여성'에게 닥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두려운 상황을 망라했다. 덕분에 시종일관 스릴러물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아울러 공포나 호러 장르가 아니지만 어지간한 공포 영화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진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 외부의 위협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수 있다는 방증일 터다.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 분)은 어느 날 퇴근 후 현관문의 도어락 덮개가 열린 사실을 발견한다.
불안한 마음에 비밀번호를 변경해 보지만 그날 밤 잠들기 전 문밖에서 누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공포감에 휩싸인 경민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얼마 뒤, 경민의 원룸에서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자신도 안전하지 않음을 직감한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쫓게 된다.
영화는 2011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슬립 타이트'를 원작으로 한다. 다만, 각색은 폭이 큰 편이다. 무엇보다 원작은 피해자를 관찰하는 범인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반면, '도어락'은 피해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권 감독은 "원작대로 해볼 생각도 했는데 불편한 시선이 담기게 돼 우리 현실에 맞게 주인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을 바꿨음에도 원작의 끈적하고 불쾌한 감정은 상당 부분 리메이크작에도 전이된 듯하다. 문틈으로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듯한 오싹함과 공포는 어깨 근육을 뭉치게 할 정도다.
누군가 내가 사는 집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상황 자체가 불쾌한데 과할 정도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주인공은 스릴러물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을 교과서처럼 답습하며 관객의 속을 꽉 막히게 한다.
기껏 따라온 동료와 흩어지는가 하면, 범인이 숨어있는 폐가에 혼자 들어가고 왜 꼭 휴대전화는 떨어뜨리는지 모를 일이다.
경민을 연기한 공효진조차 "스릴러를 잘 못 보는 편인데 공포가 극대화되는 것이 힘들었다"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주인공이 혼자 들어가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 감독은 주인공을 수차례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덕분에 밀도 있는 긴장감을 끌어냈다. 다만, 신체 훼손 장면이나 후반부 범인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눈을 찡그리게 하는 연출은 다소 부담스럽다.



이 감독은 "스릴러 영화가 무섭지 않으면 실패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마지막 시퀀스는 주인공이 범인을 굉장히 통쾌하게 무찌르는 식으로도 각색해봤는데 지금까지 당하기만 하던 여성이 갑자기 범인을 응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현실적인 답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시작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원작과 달리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범인의 정체를 숨긴다. 그러나 스릴러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어렵지 않게 범인을 짐작할 법하다.
공효진은 "가장 안전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반전이 흥미로웠다"며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를 고립시키는 생활패턴이 편안하기도 하지만, 가장 위험한 고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오늘날 1인 가구 대부분은 이웃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삶을 살며, 갈수록 고립을 자처하는 사람이 는다.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00년 1인 가구 비율은 15.5%였으나 2005년 20.0%, 2010년에는 23.9%로 늘었으며 2015년에는 27.2%에 달했다. '도어락'이 선사하는 공포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다음 달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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