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정부, 내년 재정적자 하향조정 시사…EU와 대치 풀리나
로이터 "GDP 2% 아래로 재정적자 낮추는 방안 고려 중"
밀라노 증시 급등…오늘 저녁 각료 회동에 이목 집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재정적자 규모를 대폭 늘린 내년 예산안을 고수해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어 온 이탈리아 정부가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달리 예산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26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라디칼레'와의 회견에서 "(예산안 관련 협상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다소 줄어드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약속한 조치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빼놓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해, 저소득층을 위해 도입한 기본소득과 연금 수령 연령 하향 등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주요 공약에 손을 대지 않는 한 정부가 당초 제시한 재정적자를 소폭 낮출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포퓰리즘 내각의 또 다른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전날 "누구도 2.4%라는 수치에 매몰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재정적자 규모를 수정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들의 이 같은 발언은 EU의 압력에 굴복해 예산안의 소수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온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이탈리아 정부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 아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많은 GDP의 2.4%로 정한 내년 예산안을 EU에 지난 달 제출해 EU와 금융시장의 우려를 사 왔다.
EU는 회원국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적자 상한선을 GDP의 3%로 정해 놓았지만, 이탈리아는 이미 GDP의 131%로 그리스에 이어 역내 2위인 막대한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2.4%의 재정적자도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차례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안을 반려한 EU는 이탈리아 정부가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재정적자 규모를 2.4%로 고수하자, 이 같은 예산안이 EU의 예산편성 지침을 위반했다고 지난 21일 결론을 내리고,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과징금 부과 등 사상 초유의 제재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예산안 편성 위반을 이유로 EU가 회원국을 실제로 제재한 사례는 현재까지 전무했다는 점에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이탈리아 금융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안을 둘러싼 입장 선회 의사를 밝히자 EU와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밀라노 증시는 이날 오전 3% 넘게 급등했다.
수치가 커질수록 시장이 불안함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280bp까지 하락해 지난 달 초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편, 주세페 콘테 총리와 디 마이오 부총리, 살비니 부총리, 조반니 트리아 재정경제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은 이날 저녁 로마에서 회동해 예산안 수정과 관련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 자리에서 자존심을 굽히고 재정적자 규모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수개월에 걸친 EU와의 극한 대립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국내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