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안국현 "커제 꺾을 비책? 초반에 밀리지 않아야죠"
올 시즌 중국 기사 상대 8승 1패…"상대가 더 긴장하는 것 같다"
"우승하면 정말 좋겠지만 내 꿈은 오래오래 바둑 두는 것"
(부산=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안국현(26) 8단은 한국 바둑계에 뒤늦게 떠오른 기대주다.
올해 들어 한국 바둑이 중국에 확연하게 밀리는 가운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안국현이 생애 처음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 12월 3일부터 중국의 커제 9단과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됐다.
삼성화재배는 최근 4년 연속 결승에서 중국 선수끼리 맞붙어 한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던 안국현이 올해는 준결승에서 탕웨이싱 9단을 2-0으로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사실 안국현은 바둑계에서 '늦깎이'로 불린다.
대부분 일류 기사들이 어린 시절부터 송곳 같은 재능을 드러내지만, 안국현은 빠르다고 할 수 없는 17살에 입단 관문을 통과했다.
국내 기전 첫 우승도 지난해에야 GS칼텍스배에서 했다.
기풍도 두드러진 특색이 없다.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은 "느긋하고 침착한 성격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큰 승부에도 절대 긴장하지 않는다"고 안국현을 평가했다.
안국현은 자신의 바둑에 대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탕웨이싱과 준결승 2국은 인공지능이 한때 승률을 '97%-3%'라고 예측할 만큼 크게 불리했지만, 안국현은 기적 같은 대역전승을 끌어냈다.
안국현은 일생일대의 큰 승부를 앞두고도 지난 주말 국가대표 동료들과 함께 농심신라면배가 열린 부산으로 내려와 응원전을 펼쳤다.
나름대로 커제와의 결승전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사실 시합을 앞둔 지금은 조금 긴장이 되지만 막상 대국을 시작하면 떨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커제에 대해선 "정상급 기사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두는 스타일이며 쉽게 쉽게 두면서도 잘 이긴다"라며 "수읽기가 대단하고 균형 감각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안국현은 "커제가 질 때는 큰 힘을 써보지 못하고 맥없이 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초반에만 밀리지 않고 유리하게 판을 짜면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국현은 최강 전력인 중국 기사들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최근 7연승을 달리는 등 8승 1패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중국 기사들과 통산 성적도 48승 32패로 승률 0.600을 기록 중이다.
안국현은 중국 기사에게 성적이 좋은 배경으로 "상대 기사들이 나를 잘 모르니 더 긴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제 역시 결승전을 앞두고 안국현에 대한 경계심을 높였다.
커제는 4강에서 승리한 뒤 "안국현은 탕웨이싱을 2-0으로 꺾었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해야겠다"라고 밝혔다.
안국현은 삼성화재배가 끝나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계획이다.
그는 "우승을 하면 정말 좋은 선물이 되겠지만, 지금도 행복하다"라며 "내 꿈은 바둑을 최대한 오래오래 두는 것"이라며 웃음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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