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깜짝 증여' 배경은…"20년 전 마음의 빚 갚겠다"
경영권 다툼 없던 친족들에 보답…동생에 가장 많이 증여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친족들에게 SK㈜ 주식 329만주를 증여한 것은 20년 전 자신이 경영권을 승계한 데 따른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지난 1998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고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최태원 회장으로 뜻을 모으고, 이후 20년간 별다른 갈등 없이 지원해준 데 대해 보답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이 타계했을 당시 최종건 창업회장의 아들인 최윤원·최신원·최창원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아들인 최태원·최재원 등 최씨 가(家) 5형제는 대주주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 대표를 최태원 회장이 맡는 것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특히 최씨 가의 장자인 고 최윤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해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대주주의 대표권을 양보하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업지주회사였던 SK㈜ 회장에 취임해 그룹을 이끌었고 최윤원 회장은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대주주 가족들의 구심점으로 단합을 강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만약 최씨 가 5형제들 사이에 상속 문제로 분란이 있었다면 IMF 위기 때나 소버린 사태 등과 같은 경영권 분쟁 당시 SK그룹이 해체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을 수도 있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가족 모임에서 "지난 20년간 형제 경영진들이 하나가 돼 저를 성원하고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SK그룹과 같은 성장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분 증여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최 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양보한 사촌 형 고 최윤원 SK케미칼[285130] 회장 가족에게 약 49만주를, 사촌 간 책임경영 기반을 닦은 사촌 형 최신원 SK네트웍스[001740] 회장 가족에게 83만주를 각각 증여했다.
SK그룹을 창업한 뒤 1973년 48세의 나이로 일찍 타계한 고 최종건 회장의 4녀 가족 8명에게도 3만7천899주씩 증여했다.
특히 최 회장은 총 증여 주식의 절반가량인 166만주를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한 채 SK그룹 성장에 힘을 보탠 동생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생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최 회장의 뜻에 공감해 증여에 동참했다.
최 이사장은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동생으로서 경영에 참여했던 고 최종관 SKC[011790] 부회장과 최종욱 전 SKM 회장의 가족 4명에게 모두 13만여주를 증여했다.
최태원 회장의 이번 주식 증여가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계열 분리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나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SK그룹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SK그룹 측은 "이번 증여는 계열 분리와는 관련이 없으며 최태원 회장 중심의 현 그룹 지배구조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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