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네덜란드 하원 내 다수 의원이 중국 회사가 네덜란드 경찰과 긴급구조대에 납품하기로 계약한 C-2000이라는 통신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의회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미국 정부가 정보수집이나 통신방해에 대한 우려로 안보동맹국들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진 시점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방송 'RTL뉴스'에 따르면 연립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을 비롯해 야당인 극우 성향인 자유당(PVV), 좌파 성향인 녹색좌파당(GL), SP(사회당)는 중국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C-2000 통신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에 계약을 철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VVD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긴급구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통신시스템이 중국에 의해 차단돼서 경찰과 앰뷸런스, 소방서 등이 서로 교신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통신시스템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취약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GL 관계자도 "장관들이 네덜란드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의한 산업스파이 활동과 기업인수 위험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곧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있는 통신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약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중요한 구매를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기를 내각에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VVD와 GL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 회사와 통신시스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네덜란드 정보기관인 AIVD는 중국이 네덜란드에서 스파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고, 네덜란드 정부도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중국의 스파이활동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또 호주 정부는 지난 8월에 중국 통신회사인 화웨이가 각종 정보를 중국 정보당국에 넘겨줄 우려가 있다며 호주에서 5G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불허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C-2000계약의 경우 비용문제를 이유로 일부가 중국 회사 히테리아통신의 자회사에 넘겨졌다고 이 방송은 지적했다.
VVD와 GL 측은 네덜란드 정부에 대해 C-2000 통신시스템 계약을 되돌리거나 최소한 중국 회사가 개입된 위험에 대해 파악하라고 요구했고, SP 측은 "중국 회사에 의한 C-2000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에 집권 연립여당의 한 축인 D66(민주 66당) 관계자는 C-2,000계약을 철회하라는 다른 당의 요구에 대해 "너무 나간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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