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면인식 기술, 저명 CEO '무단횡단자'로 착각해 망신
버스 광고에 실린 사진을 무단횡단자로 잘못 인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 기술을 자랑하는 중국에서 저명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무단횡단자로 잘못 인식돼 얼굴이 공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는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Greeㆍ格力) 전기의 여성 CEO 둥밍주(董明珠)의 얼굴이 시내 대형 전광판에 등장했다.
닝보시 경찰은 시내 곳곳에 설치한 안면인식 카메라를 통해 무단횡단자를 적발, 얼굴을 이 전광판에 공개하는데 둥 회장의 얼굴이 여기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둥 회장은 무단횡단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면인식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둥 회장이 아니라, 지나가는 버스 광고에 실린 둥 회장의 얼굴 사진이었다. 카메라가 버스 광고 사진을 보행자로 인식하는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닝보 시 경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감시 시스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업그레이드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둥 회장은 1990년 거리전기 말단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2012년 5월 회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위에 올랐으며,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으로 몸살을 앓는 중국에서는 상당수 도시가 안면인식 기술로 무단횡단자의 신원을 확인, 대형 전광판에 얼굴을 공개하거나 그 사람에게 경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사회 통제와 치안에 우선순위를 두는 중국 정부는 2015년 13억 중국인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에 설치된 1억7천만 대 이상의 치안 감시 카메라의 통합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내 감시 카메라가 2020년 4억5천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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