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AWS 먹통 사태, 클라우드 앞날의 먹구름일까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출근 인파가 한창 몰리는 오전 8시 19분. 운 좋게 지하철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는데, 늘 보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도무지 로그인이 안 된다.
지루함을 견디며 회사 앞에 도착해 커피 전문점에서 카페라테를 주문했지만, 점원이 계산대 앞에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포인트 적립 기능이 갑자기 먹통이라고 한다.
PC를 켜보니 온통 난리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쇼핑몰 웹사이트도 에러를 뿜어내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몇몇 서버가 일으킨 84분 동안의 '불통'이 몰고 온 여파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이 클라우드가 이미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새삼 피부로 느끼게 했다.
이미 클라우드는 폭풍 속 구름떼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달 초 대한항공[003490]은 IT 시스템을 통째로 AWS로 옮겨가겠다고 선언했다. 회사의 모든 데이터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은 국내 대기업이나 전 세계 대형 항공사를 통틀어 처음이라고 한다.
국내 공공·금융 영역에도 클라우드는 더욱 확대된다.
정부는 민간 클라우드서비스 이용범위를 공공기관뿐 아니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연내 세부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금융업계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기존의 비(非) 중요정보뿐 아니라 개인신용정보 및 고유식별정보 같은 민감 개인금융 정보까지로 늘어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업체에 더해 구글·오라클 등 세계적 업체들이 앞다퉈 국내 진출을 준비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 업체인 AWS가 일으킨 '역대급' 사고는 대다수 이용자가 '그냥 맡겨 놓으면 되는 줄' 알았던 클라우드 역시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환기하고 있다.
사고 이후 복수의 클라우드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대책으로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외국계 업체가 사실상 장악하다 보니 사후규제 및 관리의 필요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가령, 민감한 금융정보가 클라우드를 통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난다면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구글·페이스북 등 업체가 일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내보인 미적지근한 태도는 참고 사례로 삼을 만하다.
AWS 역시 사고 발생 이후 8시간여 만에 두줄짜리 공식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점에서 사고 당일 그 난리를 겪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하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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