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차질 우려…"'한전 독점'에 따른 구조적 한계"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유력 기업들이 최근 'RE 100(Renewable Energy 100)' 선언에 속속 동참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 중에서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비영리 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는 'RE 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자는 운동이다.
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를 기준으로 'RE 100'을 선언한 기업은 전세계에서 모두 122개이며, 미국의 유력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서도 38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 18개에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적 제조기업인 GM, BMW, 코카콜라와 함께 IT기업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도 포함됐다.
특히 애플과 구글, 스타벅스 등 25개 기업은 이미 지난 2016년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했으며, 독일 BMW와 네덜란드 이케아, 영국 유니레버 등도 2020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인도의 타타 모터스는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만 이용하겠다고 약속했고, 포천 500대 기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일본 업체 3곳과 중국 업체 2곳도 'RE 100' 선언 행렬에 가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정부 차원의 계획이 있었지만 '포천 500'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 16개는 물론 다른 기업들 가운데서도 'RE 100'에 동참한 곳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는 국내 전력시장이 발전을 제외한 송·배전, 전기판매 등의 부문에서 사실상 한국전력의 독점 체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개별적으로 거래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면 자체 설비를 구축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글로벌 업계의 신재생에너지 확산 트렌드에 우리 기업들이 소외되면서 수출경쟁력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SDI와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의 주요 고객사인 BMW, 폴크스바겐 등으로부터 제품 생산 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재생에너지로의 조속한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않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여부가 우리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전력시장 전반의 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적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입찰 수주 활동, 외국계 기관(펀드) 투자 유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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