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기대수명, 양극화 심화…극빈층 여성 수년새 줄기도"
극빈층, 고소득층보다 10년 빨리 사망…"극빈층 여성 고통 심각"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의 빈곤층은 고소득층보다 10년 가까이 더 빨리 사망하며 이러한 소득계층 간 기대수명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극빈층 여성들의 기대수명은 지난 6년 새 오히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팀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 빈곤층과 고소득층 간 기대수명 차이를 분석, 여성은 6.1년에서 7.9년으로, 남성은 9년에서 9.7년으로 더 확대됐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미국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영국 통계청 자료를 이용, 16년 동안 사망한 765만 명의 기록을 성별과 연령대, 소득수준으로 분류해 기대수명을 도출했다.
그 결과 2016년 여성의 기대수명은 극빈층이 78.8세였고, 최상위층은 약 8년 더 긴 86.7세였다. 15년 전보다 약 2년 더 벌어졌다.
남성의 기대수명은 극빈층이 74세, 최상위층이 83.8세였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마지드 에자티 ICL 교수는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불평등이 커졌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연구결과 세계의 평균 기대수명은 줄곧 늘고 있지만, 영국 극빈층 여성의 기대수명은 오히려 줄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소득분위 10분위 중 최하층인 극빈층과 차상위계층 여성들의 기대수명은 각각 0.24년, 0.16년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의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72세로, 16년 전보다 5.5년이 늘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가장 빠른 기대수명 증가 속도였다.
빈곤층과 고소득층 간 기대수명의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연구결과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에자티 교수는 10년 전 자신이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1983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기대수명 불평등이 계속해서 확대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저소득층)은 국가 차원의 의료제도가 있는 나라에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이용과 관련해 더 취약하다"며 기대수명 차이는 결국 "사회·경제적 요소와 의료서비스가 결합한 것"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번과는 별개로 기대수명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런던 위생·열대 의학 대학원'(LSHTM)의 마틴 맥키 교수는 "특히 극빈층 여성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계층에서 기대수명이 줄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이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있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 권위지인 '랜싯 퍼블릭 헬스'(Lancet Public Health)에 22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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