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메르켈·문재인에 감사"
"감사할 일 찾기 어려운 올해 감사할 일 10가지" 칼럼에서
"메르켈은 피그미족 사이의 거인…문재인은 평화추구 지능적 모험 감행"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의 저명한 신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쓴 수필형 칼럼에서 '올해 감사할 세상 일 10가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했다.
월트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정기 기고하는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칼럼에서 "독재자들과 사기꾼들, 과대망상증 왕자들, 자기중심적인 멍청이들, 잡다한 다른 문제아들이 무대를 차지한" 올해는 "기쁨을 찾고 감사를 하는 게 다른 때보다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두워지는 하늘에 빛나는 밝은 점들이 몇몇 있다"고 풀어나갔다.
평소 '트럼프의 미국'과 그 미국이 추진하는 대외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월트 교수의 `10가지 감사할 일'은 주로 그와 관련된 일들이다. 다만, 자신이 응원하는 미국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 삭스, 애독한 책 저자들 같은 개인적인 것들도 들어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그는 "인내심과 관용, 분별력을 갖추고 큰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의 어리석은 몽상에 나라의 운명이 달린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화를 추구해 기꺼이 지능적인 모험을 감행하는 창의와 용기, 유연, 끈기를 발휘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의미 없는 자신의 홍보 기회로만 북한을 다루지 말고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 좀 힘을 보태주면 멋진 일일 것"이라고 월트 교수는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에 대해선 "지난 10년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유럽의 정치인들 중에 거의 홀로, 한결같고 현명하며 식견 있고 원칙을 지키며, 무엇보다도 분별력 있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왔다고 월트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외교 수단이라곤 호통, 모욕, 어설픈 변명밖에 없는 우리의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유럽 정치지도자들을 거명하면서 메르켈 총리는 "이들에 비교하면, 피그미족 사이에 우뚝 선 거인"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월트 교수가 올해 감사할 10가지 일 중에 첫머리는 "미국의 지정학적 홍복"이 차지했다.
그는 "술고래들과 바보들, 그리고 미국을 보살피는 특별한 섭리가 있는 것 같다"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 프로이센 재상의 말을 인용하고는, 자원이 풍부한 땅이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이웃이 없는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들었다.
미국이 누리는 이러한 "공짜 안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가끔 나타나는 못난 지도자들을 미국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월트 교수가 2번째로 미국의 공무원들을 꼽은 이유도 "도널드 대통령과 그의 야바위꾼 일당들" 때문이다.
공무원들이라고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맡은 정부 부처에 적대적인 못난 장관들로 가득 찬 내각"의 압박을 이겨내고 있는 "이름 없는 영웅들인" 공무원들이 없었다면 미국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나쁜 상태일 것이라는 것이다.
월트 교수는 과학기술을 3번째로 감사할 일로 들 때도, 세계의 지도자들, 특히 기후변화를 부인하거나 모르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왜 최고의 과학적 조언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고 과학 교육과 연구를 전적으로 지원하지 않는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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