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반함 FT 기고문서 "무역 불균형 보다 유학생 교류 격차 심각"
美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 36 만…中 유학 미국인은 1만2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 국가에 내보낸 유학생 수가 30배나 차이가 나며, 미국이 중국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려면 중국에 보내는 유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디어, 소통 문제 전문가로 세계경제포럼의 수석 라이터로 재직 중인 피터 반함은 2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미국 학생들이 중국에서 더 많이 유학하도록 고무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반함은 먼저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가 양국의 무역전쟁을 이끌었지만 양 국간 무역불균형 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인 유학생 교류 격차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함은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의 유학생 동향 분석보고서인 '2018 오픈도어스'를 인용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은 36만명 가량이며, 이는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국 유학생 약 1만2천 명의 30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IIE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미국에서 수학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1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은 약 36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전체 유학생의 3분의 1을 돌파했다.
반함은 중국의 전체 인구가 14억 명을 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유학생 36만 명은 '바닷물 가운데 물방울'처럼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누적 효과다. 과거 10년 동안 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미국에서 유학했다.
중국 유학생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돌아갔으며, 가방에 지식을 가득 채우고 귀국했다고 반함은 주장했다.
둘째,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미국인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작년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 미국인은 1만2천 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양국 간 유학생 수 비대칭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 10년 새 심화했다고 반함은 지적했다.
2007년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7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0년 사이 그 숫자는 5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중국에 유학을 간 미국인은 2007년 이래로 거의 변화가 없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미국인 숫자는 2007년 1만1천64명이었으나 지난해에서는 1만1천910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반함은 미국 대학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배운 뒤 귀국해 중국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선충페이를 예로 들어 유학생 수 격차에서 오는 정보 비대칭, 지식 이전의 비대칭 문제를 거론했다.
선충페이는 1996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몇 년간 미국 회사에서 근무한 뒤 귀국해 상하이(上海)에서 최첨단 열화상 기술을 개발하는 매그너티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미국에서 수학한 뒤 귀국해 성공 신화를 쓴 중국인은 선충페이만이 아니다.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외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 10명 가운데 한 명만 귀국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10명 가운데 8명이 귀국했다.
'두뇌유출' 역전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서방 국가에서 공부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이 중국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반함은 지적했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중국의 고등학교와 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회사에 취업해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중국의 회사를 미국의 회사와 경쟁하도록 돕거나, 스스로 창업해 중국을 벤처 캐피탈, 스타트업,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해당국의 문화, 사회, 정치에 관한 지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습득한다.
반면 1만2천 명도 안되는 미국의 유학생은 중국을 알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함은 꼬집었다.
결론적으로 반함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선 현지에 유학생을 더 많이 보내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권고한다.
중국에 유학한 서방의 학생들은 중국의 Z세대가 중국을 어떻게 전환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한해 33만 명 이상의 학생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미국의 경우 중국 유학생을 늘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반함은 지적했다.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을 선호한다.
반함은 "아는 것이 힘이다"면서 "중국은 서방세계가 중국에 대해 아는 것보다 훨씬 서방세계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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