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백악관 참모 배넌, EU선거 극우당 지원 선거법 저촉
가디언 인터뷰…"그래도 지원 노력 계속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핵심 참모로 역할을 했던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유럽의회(EU) 선거 극우당 지원 전략이 암초를 만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배넌이 돈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는 등 극우 보수당을 지원하는 운동인 이른바 '더 무브먼트'(Movement)는 그가 목표로 하는 13개 국가 중 9개 국가에서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선거관리 당국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배넌은 내년 5월 EU 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의 극우 정당들에 엄선된 여론조사 자료와 소셜미디어 전략, 선거 후보 선정 등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최대 5천만 달러(약 564억원)를 쓸 계획인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는 이미 7개 국가에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100만 달러를 썼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 그러한 지원은 '현물 기부'(in-kind donations)로 판정, 위법 소지가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체코, 헝가리, 핀란드 등에서는 외국에서 금전적 가치를 지닌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넌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판단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일부 지역은 더욱 유연한 곳도 있을 것"이라며 제약이 엄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무브먼트'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한 축인 극우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으로부터 지지 의사를 끌어냈다.
그러나 독일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오스트리아 극우당인 '자유당'을 포함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 등에서는 동조하지 않겠다는 암시가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배넌은 유럽의 다른 정당들을 대상으로 모집 활동을 활발히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그 나라가 공식적으로 동조하든 안 하든 여론조사와 데이터 분석 등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2016년 미국 선거 개입 의혹과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등 선거와 투표에 타국이 관여한 일들과 비교해 자신이 펼치는 운동은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넌은 "러시아나 중국, 또는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들과는 아주 다르다. 나는 개별 시민이고 백악관하고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의 '오른팔'이다시피 했으나 정권 출범 7개월 만에 트럼프와의 불화로 경질됐다.
한편, 그가 펼치는 '더 무브먼트'의 재정적 지원자가 러시아인일 것이라는 추정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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