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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차려입은 주영 한국대사가 마차를 타고 향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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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차려입은 주영 한국대사가 마차를 타고 향한 곳은
영국 전통 예법 따라 신임장 제정식 진행…엘리자베스 2세 여왕 만나
제정식 자체가 볼거리 제공…대사관저에서 연회도 열어
여왕, 19년전 방한시 환대 생생히 기억…당시 받은 도자기 여전히 사용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도 켄싱턴 지역은 외국 대사관이나 대사관저 등이 즐비한 고급 주택가로 유명하다.
한때 주영 한국대사관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대사관저로 활용되고 있는 주택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오전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가 남편인 김원수 전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과 함께 한복을 차려입고 대사관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사관저 앞에는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마차 2대가 박 대사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 대사 부부를 태운 마차는 곧 런던 시내를 가로질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있는 버킹엄 궁으로 향했다.
박 대사가 한복을 갖춰 입고 마차를 타는 이색경험을 하게 된 것은 영국 왕실의 전통 때문이다.
그는 최초의 외무고시(19회) 여성 수석합격자로 주뉴욕 영사, 기획조사과장, 주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개발협력국장, 주중국 공사, 공공외교대사 등을 역임한 다자외교 전문가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여성 대사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주변 4강 대사에 이은 주요 공관의 하나로 꼽히는 주 영국 대사 자리에 올랐다.
지난 8월 부임한 박 대사는 다른 지역 대사들과 함께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수여받았고, 이날 영국에서 신임장 제정식을 진행하게 됐다.
재밌는 것은 영국 왕실의 경우 외국 대사가 새로 부임하면 왕실 전통 예법을 따른다는 점이다.
왕실이라는 영국의 소프트 파워를 충분히 활용해 외국 외교관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보통 하루에 2개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다. 이날은 박 대사와 함께 신임 터키 대사가 주인공이 됐다.
신임장 제정식날 통상 붉은색 예복을 차려입은 왕실 의전장이 왕가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 2대를 대사관저로 끌고 와서 신임 대사 내외 및 수행원을 데려간다.
덮개가 없는 전통 마차가 런던 시내 한복판을 가로질러 버킹엄 궁으로 향하는 모습 자체가 런던 시민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버킹엄 궁에 도착하면 왕실 의전장과 시종무관의 안내로 여왕을 알현하고 신임장을 제정하게 된다.
이때 대사 내외와 수행원의 의복은 물론, 양말과 신발 색까지 영국 왕실 관례에 따라야 하는데, 서양 예복인 모닝코트 또는 자국의 고유 의상을 입는 것이 관례다.
박 대사 내외가 한복을 입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여왕과 환담을 할 기회도 주어진다.
15분가량의 짧은 만남이지만 영국의 국가원수인 여왕을 만나 자국 대통령이나 국가원수로부터 받은 신임장을 제정하고 중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박 대사에게 19년 전인 1999년 한국 방문시 한국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회마을에서 보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당시 한국에서 받은 도자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왕이 한국을 또다시 방문하고 싶지만 고령으로 인해 외국 여행이 어렵다며 아쉬워하자, 박 대사는 여왕을 대신해 왕실 인사의 방문을 제안했다.
여왕은 좋은 생각이라고 답하면서 내년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국 방문시 꼭 만나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버킹엄 궁에서 신임장 제정 행사를 끝낸 박 대사 내외는 다시 왕실 마차를 타고 대사관저로 복귀했다.
관저에 도착한 박 대사는 관례에 따라 특명전권대사로 활동하게 됐음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작은 연회를 열었다.
이날 연회에는 영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외교단,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초청됐다.
연회에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손님이 있었는데 바로 박 대사 내외를 버킹엄 궁까지 데려다준 말과 마부다.
관례에 따라 대사관 측에서는 말을 '격려'하기 위한 신선한 당근과 각설탕을 잔뜩 준비했다.
도로에 정차한 화려한 마차와 당근을 먹는 말의 모습에 주변을 지나가는 영국인들조차 "무슨 일이냐"며 대사관 직원들에게 묻는 모습이 연출됐다. 영국에서만 있는 신임장 제정식 풍경이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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