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에서 설치 반대하자 승용차로 아파트 정문 막기도
예산 들여 마련한 공용시설 외부인 사용 제한…시 "현장소통 강화"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지난 2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 A(55)씨가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로 정문 입구 쪽 차로를 막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다른 주민과 택배 기사 등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소동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부른 견인차가 A씨 승용차를 다른 곳에 옮기면서 1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A씨는 전날도 자신 차로 5시간 동안 아파트 정문을 막아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최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 안이 부결되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기차 보급·활성화에 힘을 쏟는 대구에서 아파트 내 충전소 설치와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동구 사례뿐만 아니라 달성군 한 아파트에서도 주민이 충전소 설치를 건의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자동차법과 대구시 조례에 따르면 2016년 이후부터는 500세대 이상 공공주택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강제 대상이 아니고 민간 영역인 까닭에 충전소 설치 여부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구시 측은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입주자대표회의에 건의했는데 받아들여 지지 않자 해법을 문의하는 민원 전화가 자주 온다"며 "이럴 경우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충전소 설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소 이용을 두고 외부 전기차 운전자와 아파트 측이 마찰을 빚는 사례도 있다.
대구시환경공단은 올해 초 예산 2억원가량을 들여 북구와 달서구 등에 있는 아파트 4곳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전기차 충전소를 시범 설치했다.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 운전자도 24시간 내내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 전 입주자연합회와 협의도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외부 전기차 운전자에게 충전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자 시는 아파트 4곳에 개방 협조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에 따르면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원할 경우 환경부 예산을 지원받아 민간업체에 시공을 맡길 수 있다. 한국전력이 2016년부터 전국 공공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전기차 충전소 구축사업에 응모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주차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충전소 설치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9월부터는 전기차 충전 공간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면 과태료도 부과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2017년 기준으로 대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1천757곳 가운데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 곳은 151곳에 그친다.
반면 대구에 등록된 전기차는 5천180대(2018년 10월 말 기준)에 이른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기차 활성화는 시 역점 사업인 만큼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아파트, 공공시설 등 297곳에 공용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아파트 내 충전소 설치·이용에 대한 갈등도 줄일 수 있도록 현장 소통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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