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8억 감면해주고 뇌물 3억 챙긴 전현직 세무공무원들
검찰, 세무사 등 세무브로커·세무공무원 등 20명 기소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 총 100억원대 세금을 감면해주는 대가로 납세자로부터 받은 금품을 나눠 가진 세무사와 전직 세무공무원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김경우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세무사 A(53)씨 등 세무브로커 12명을,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B(41)씨 등 전직 세무공무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 등으로 전·현직 세무공무원 4명과 세무브로커 등 모두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세무공무원 C(54)씨를 기소 중지했다.
A씨 등 세무브로커 15명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부동산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등 세금 108억원을 감면받게 도와주고 납세자들로부터 총 15억4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C씨를 통해 B씨 등 당시 세무공무원 2명과 접촉해 총 83건의 세금 감면을 받아냈다.
이를 위해 B씨 등 세무공무원 5명에게 총 3억7천500만원을 뇌물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사나 세무사 사무장인 이들 브로커는 세금 감면 대가로 납세자 1인당 800만∼1억3천만원가량을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B씨 등 당시 세무공무원들은 감면 요건을 뒷받침하는 증빙서류가 없는데도 브로커들이 써 준 허위 신고서를 토대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줬다.
이들은 세무서 내에서 배당 절차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국세 전산프로그램에 있는 '조기결정' 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직접 양도소득세를 결정했다.
조기결정 시스템은 출국을 앞둔 재외국민 등을 대상으로 긴급히 양도소득세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하게 돼 있다. 일반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담당 공무원이 직접 세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현직 세무공무원 신분인 C씨는 국세청 감사가 시작되자 올해 1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B씨 등 구속 기소된 세무공무원 2명은 범행 당시에는 현직 공무원 신분이었으나 올해 4월 파면됐다.
검찰은 C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내린 상태에서 뒤를 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세무공무원들은 범행 당시 취약했던 국세 전산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 뇌물을 받아 챙기며 탈세를 도왔다"며 "국세청은 현재까지 탈루된 전체 세금 중 86억원은 징수했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압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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