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국인 기능실습생, 하루 17시간 일해도 월급은 90만원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며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본 사회에서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가혹한 노동 환경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전날 '실종' 외국인 기능실습생 2천870명의 정보와 근무시간, 월급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본은 1993년 이후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에 와서 일정 수준의 기술 연수를 한 뒤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기능실습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 실습생의 규모는 20만명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실종'된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노동현장에서 벗어나 잠적한 경우다.
잠적 원인은 주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 극히 낮은 급료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입헌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출신 여성 A씨의 경우 봉제 공장에서 주당 130시간 일하면서 9만엔(약 9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박봉에도 자신을 일본에 보내준 알선업체(송출회사)에 80만엔(약 800만원)을 지불했다.
'접객' 업종에서 일한 베트남 출신 남성 B씨는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으로 나은 편이지만 전기요금 등을 공제한 월급은 한달에 3만엔(약 30만원) 뿐이었다. 이 남성은 송출회사에 230만엔(약 2천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기능실습생의 노동 환경 문제는 일본 정부가 새로운 체류 자격을 만들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려고 입법을 추진하는 중에 야권에 의해 부각되고 있다.
야권은 문호 개방을 졸속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기능실습 제도를 제대로 운용해 열악한 상황에 부닥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야권 공격을 무마하고자 실종 기능실습생 관련통계를 조작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법무성은 실종 기능실습생 설문 결과를 제시하며 실종 이유에 대해 '저임금'이라는 답변 비율을 높이고 '관리가 엄격했다', '폭력을 당했다'는 대답의 비율을 낮췄다가 들통이 났다.
제도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실습생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잠적했다는 논리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법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도적이지 않은 집계 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 "있어서는 안될 일로,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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