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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칼럼] '촛불'이 혁명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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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칼럼] '촛불'이 혁명이 되려면
성장을 바탕으로 경제민주화하고 개혁으로 대변혁 이뤄야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논설위원실장 =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인 홍남기·김수현 체제는 포용·혁신·공정 성장 기조를 수정하지 않고 밀고 나겠다고 분명히 했다. 포용·혁신·공정 경제는 성장과 경제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곧 3년 차로 접어드는 정치 시계는 이 노선이 문 정부 정책과 철학의 '몸통'이 될 것을 예고한다. 정부의 성패는 민생에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문 정부의 성공은 포용·혁신·공정 경제의 실효성에 달렸다.

2년 전 이맘때 천만 개 촛불은 한국의 밤을 밝혔다. '촛불'을 누구는 혁명, 누구는 단순 시위라고 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촛불이 혁명이라 하더라도 미완인 것은 분명하다. 시작은 됐지만, 시대를 가를만한 대변혁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변화가 진행 중일지는 모르겠다.

촛불을 들고 난 뒤 3번째 맞는 겨울이 오고 있다. 촛불은 국민 가슴 속에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2년 전 변화의 열망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촛불의 도화선은 국정농단 사태였고, 정치 개혁은 촛불의 가장 큰 요구였다. 검찰·국정원·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양극화·비정규직·청년실업·성차별도 촛불을 밝힌 이유였다. 우리는 개혁의 길 위 어디쯤 와 있을까. 대통령과 집권당이 바뀌었고, 적폐청산이 추진됐고, 전운마저 감돌았던 한반도에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 논의가 활발해졌다. 달라진 것은 딱 거기까지일까.



여야가 바뀌었을 뿐 정치 구태는 여전하다. 국회의원들은 개혁은 뒷전이고 다음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것인가에 골몰해 있다. 적폐는 단죄됐지만, 과거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새로운 민주 정치는 시작되지 않았다. 검찰, 국정원 개혁법안은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화, 상업화한 언론은 사회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부추김으로써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양극화 완화는 최저임금인상속도, 소득주도성장 논쟁 속에 실종될 위기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고용세습 논란에 휩쓸렸다. 이념 대결이 아닌 사안에서도 개혁의 리더십은 느껴지지 않는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대표적이다.

촛불이 완전한 혁명이 되려면 촛불을 들게 했던 개혁 과제들을 완수해야 한다. 기본 과제는 양극화 해소다. 분출하는 갑질 논란, 분노범죄, 미투 외침은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기 때문이다. 그 밑바닥에는 소외계층의 박탈감이 있다. 양극화를 그대로 두고는 사회 평화나 발전을 기할 수 없다. 이대로는 우리 사회가 유지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포용성장과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대·중·소 기업 중심으로 바꾸는 공정경제는 경제 민주화와 다름없다. 성공하면 기존 경제 방식을 바꾸는 대안적 경제체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 민주화도 성공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파이의 크기를 키우지 않고 분배로 가난을 해결하려는 정책은 오래 갈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빈곤 해소,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는 경제를 성장, 발전시키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분배나 복지는 그 다음 처방이다.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로 저성장 고착화 조짐이 뚜렷하다.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라는 우려가 크다. 포용성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 관료, 기업인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장도, 경제 민주화도 물거품이 되기 쉽다는 위기의식을 정부와 여당은 가져야 한다.

촛불이 미완의 혁명으로 남은 것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 때문이다. 정치권에 개혁을 맡겨놓을 수 없다는 게 촛불 3년 차에 분명해지고 있다. 국민이 개혁 주체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정치권에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개혁, 성장, 경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도록 국민이 요구해야 한다.

영국 명예혁명은 1688년 시민계급이 유혈사태 없이 왕을 몰아내고 정권교체를 이룬 사건이다. 명예혁명이 혁명이 된 것은 정권교체 때문이 아니다. 영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절대왕정을 중단하고 입헌군주제를 시작했다. 대의제는 이때 처음 탄생했고, 이후 세계 민주주의의 근간이 됐다. 명예혁명은 민주화의 대변혁을 가져왔기 때문에 혁명이라 불린다. 근대의 모든 혁명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 민주화에 관한 것이었다.

촛불이 동아시아 최초의 명예혁명이 되려면 한국 사회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 적폐청산, 한반도 긴장 완화에 이어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촛불혁명의 종결자가 될 것이다. 정부 여당에 포용성장을 설득하는 리더십과 경제 성장을 일궈내는 실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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