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태우고, 설사약 먹이고' 선임병이 후임병 가혹 행위
육군 부대 지휘관 언행도 논란…병사 '물 싸대기'에다가 8월 무더위 속 전 부대원 얼차려까지
(화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 예하 한 부대에서 선임병이 수개월에 걸쳐 후임병에게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부대 분대장인 A 병장은 지난 8월 막내인 B 일병에게 우유 6팩을 마시라고 강요하고, 입 냄새가 난다며 섬유탈취제를 뿌리라고 시켰다.
B 일병은 압박에 못 이겨 섬유탈취제를 자신의 입에 뿌려야 했다.
A 병장은 B 일병의 머리카락을 자신의 라이터로 태웠고, 부대 내 노래방에서는 후임병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게 하는 도우미 역할을 강요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B 일병에게 설사약 3알을 먹으라고 시켜 결국 1알을 삼켜야 했다.
자기 계발시간에 운동하자는 그의 제의를 거부하면 폭언과 욕설이 이어졌다.
A 병장은 동기나 친한 후임을 시켜 부대 내 내부고발제도인 '마음의 편지'에 자신의 행위를 적는 부대원이 있는지 파악하도록 했지만 지난달 자신의 가혹 행위를 담은 A4 용지 2장 분량의 글이 발견되는 바람에 꼬리를 잡혔다.
A 병장은 이후 부대원과 격리된 상태에서 생활하다 최근 전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아직도 병영에서 가혹 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은 지휘관이 평소 부대원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부대 지휘관인 C 대위는 수개월 동안 가혹 행위가 자행됐지만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이 많은 병사의 반응을 살펴본다는 취지에서 손으로 물을 퍼 올리는 '물 싸대기'를 때리기도 했다는 게 부대원의 주장이다.
지난 8월에는 일부 부대원이 체육 시간에 생활관에서 TV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전 병력을 완전 군장 차림으로 집합시켜 무더위 속에 차렷 자세로 서 있게 하는 얼차려를 시키기도 했다.
부대원들은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할 수는 있지만, 규정에도 없는 연대책임을 물어 전 부대원에게 단체 얼차려를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에는 환자가 개인 정비시간에 탁구를 쳤다는 이유로 전 병력을 집합시키고 이들이 보는 한 가운데 탁구를 쳤던 환자 2명을 세워놓고 지속해서 탁구를 치도록 했다.
한 부대원은 "A 병장의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죽고 싶다'라고 말할 때마다 그가 곧 전역하니까 조금만 참고 버티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행위들은 제2의 윤 일병, 임 병장을 낳을 수 있으므로 가혹 행위를 한 사람과 부대 내 악습을 묵인하고 관리하지 않은 지휘관은 처벌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부대 측은 A 병장은 전역은 연기시킬 수 없는 만큼 경찰로 넘겨 적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C 대위에 대해서는 지휘권 남용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부대 관계자는 "A 병장은 헌병대 조사 중 전역하게 된 만큼 경찰에 넘겨 민간인 신분으로 조사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C 대위는 아직 인지가 안 됐기 때문에 위법한 행위가 있으면 적법하게 조치하겠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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