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남성 장애인을 여성 복지사가 목욕시켜…인권침해"
경남 장애인 거주시설 퇴직 복지사들 폭로…시설 측 "인력 확보 못 해서" 해명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최병길 기자 = 경남지역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남성 장애인을 여성 사회복지사가 목욕을 시키는 등 장애인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과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회복지사 10여명은 1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해당 시설에는 성인 3명과 청소년 등 지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남성 거주인을 여성 복지사가 목욕을 시킨다"며 "아무리 지적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의식이 있고 표현은 못 해도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고, 복지사들도 목욕을 시킬 때 (남성 장애인의) 신체적 변화에 매번 곤혹스러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 거주인들이 땀띠가 나고, 추운 겨울에는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발가락에 동상이 생기기도 했다"며 "동상이 걸렸는데도 연고만 발라준 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누워지내는 뇌병변 1급 장애 거주인을 방안에 가두고 식사량을 줄이기도 했다"며 "그는 3개월간 바깥 구경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방에만 있어야 했으며 그 때문에 몸무게가 23㎏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설 옆 직업 재활시설인 작업장에서 빨래집게를 만들거나 냉장고부품을 조립하는 일 등을 훈련 명목으로 종일 시키고 월 2만∼3만원만 줬다고도 했다.
특히 이들은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해 내부고발하면 시설 원장은 고발자를 색출해 시설을 떠나도록 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들어 6월까지 그만둔 직원이 1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관공서 등의 인권실태조사에서는 원장이 사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강요해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2016년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담당했던 지자체 공무원이 이곳을 꼼꼼하게 확인하려 하자 원장이 부모를 시켜 지자체에 악성 민원을 넣도록 해 그 공무원이 전보 조처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 시설에 자녀를 맡긴 학부모 10여명도 이날 인권침해 폭로에 동참했다.
학부모들은 "해당 시설 원장은 자녀를 맡기는 부모에게 '시설에서 자녀가 사망했을 시 어떠한 책임도 시설에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기를 종용했다"며 "입소 때 아이를 평생 잘 돌봐주겠다는 취지로 보증금 300만원과 1천700만원의 기부금까지 요구해 아이를 맡기는 다수 부모가 고액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지내는 시설 내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으며, 한 아이는 원장 지시로 석달간 생활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며 "간질약을 복용하면 되는 아이에게 보호자 동의 없이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여 날마다 잠에 취해 지내도록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관리·감독기관인 지자체를 찾아갔지만 '비영리법인이라 해도 복지보다 영리가 목적인 시설이다', '뚜렷한 증거가 없다', '당장 갈 데가 없지 않냐'는 어이없는 답변만 하고 시설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당 시설이 있는 지자체는 "그동안 해당 시설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현장확인과 지도점검을 펴왔다"고 해명했다.
해당 지자체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거주시설 운영 보고 미흡 등 위반사항에 대해 모두 5차례에 걸쳐 행정처분을 내렸고, 인권문제가 제기됐을 때 인권변호사를 포함한 5명의 인권지킴이가 현장확인을 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지난해 말 경남도가 해당 시설에 대한 감사에서 지적한 이사회 소집 의결 부적정 등 11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전했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퇴사한 종사자들이 근무할 때 기록을 보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가 퇴사한 이후에 문제를 제기하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인권침해 시설로 지목된 해당 시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설 내 남성 거주인을 여성 복지사가 목욕을 시키는 일이 있었지만, 대상자들은 뇌 병변 등 최고 중증장애를 앓는 이들로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 측은 "이왕이면 남성 복지사가 목욕을 시켰으면 좋겠지만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시설 입수에 필요한 보증금 외 별도 기부금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시설 관계자는 "기부금은 전혀 요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냉난방을 제대로 안 한 거나 감금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밝혀지길 바라며 엉터리 문제를 제기한 점에 대해선 법적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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