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동부 요충 공세 강화…"주민 수천 명 피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이 동부 요충지인 가즈니주(州)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주민 수천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15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달 초부터 가즈니주에서 이슬람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族) 무장세력과 정부군 등과 교전을 벌여 자고리, 말리스탄 등 2개 지역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다.
하자라족이 주로 거주하는 이 지역은 그 이전까지 탈레반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탈레반을 피해 이웃 도시로 대피한 자고리 지역 주민 모함마드 알리는 "탈레반이 경찰서장과 아들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확인된 것만 하자라족 민간인 35명과 정부군 특수부대 대원 50여명이 사망했다면서, 최소 7천명의 주민이 탈레반을 피해 자고리와 말리스탄 지역을 탈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으로의 도로가 차단되고 통신이 끊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상자와 피난민의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 국가(IS)와 달리 탈레반은 이전까지 하자라족을 특정해 공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지에선 이번 사태가 민족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니파 무장반군 탈레반은 주로 아프가니스탄의 다수민족인 파슈툰족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탈레반은 파슈툰족을 상대로 인권유린 행위를 저지른 경찰 관료 출신 하자라족 무장세력 지휘관 압둘 하킴 슈자이를 잡기 위해 나섰을 뿐 하자라족 민간인은 공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되고도 붙잡히지 않는 등)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그와 그를 지지한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자라족은 아프간 정부가 병력을 증파해 가즈니주에서 탈레반을 완전히 몰아낼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주 초에는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앞에서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