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시켜 북미대화 불씨 살려야"(종합)
"美 '리비아 방식' 회귀"…민주당 특위서 연달아 특강
이해찬 "김성혜 방남 취소 '북미회담 실무 때문' 관측"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서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창립 강연에서 "북미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인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8일 뉴욕에서의 북미장관급회담 불발은 미국 실무진들이 북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반발하는 차원이었다"며 "뉴욕 채널을 통해서 물밑 협상을 하고 있겠지만, 접점이 쉽게 만들어질지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에 선(先) 행동을 요구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난망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남한 대통령의 강력한 권고를 받아들여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는 식이 아니라면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4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하여금 국제정치의 현실을 고려해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는 못하더라도 절반 정도만이라도 선(先) 행동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가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도록 북미협상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국 허락을 받기 전에 일을 저질러놓고 기정사실로 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연에 참석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인사말에서 "어제 김성혜 실장이 갑자기 방남 일정을 변경한 것은 북미회담 실무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해본다"며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종전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북미관계 개선의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총회에서도 강연하고 "미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변화에 대해 "미국 실무자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잘 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간 것이고, 이 문제는 그렇게 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실무자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나쁜 행동으로 보고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서히 실무진 쪽으로 끌려가는 게 아닌가 한다"며 "(북핵 해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북한이 항복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이해돼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어렵다면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핵 문제 봉합과 북미 수교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며 "우리로선 북한의 리비아 방식에 대한 공포를 해소함으로써 비핵화 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외교적 협조에 의한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의 리비아 방식에 대한 공포를 해소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선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직접 설득해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에 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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